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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찾아 삼만리, 허영만 '식객' 27권 대장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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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0-05-24 15:04:23  |  수정 2017-01-11 11: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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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만화 ‘식객’을 통해 음식 귀한 줄 알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만화 ‘식객(食客)’을 27권으로 완간한 만화가 허영만(63)씨는 23일 “요즈음은 돈만 내면 아무 때나 제철에 상관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음식이 귀한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항상 밥상을 꼼꼼히 따져보는데 음식 쓰레기가 너무 나온다”며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했다. “결국, 이 말은 제철 음식을 먹자는 이야기다. 거기서부터 ‘식객’ 연재가 시작됐다.”

 ‘식객’은 수많은 음식을 놓고 요리 대결을 벌인다는 줄거리다. 2002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됐다. 이어 쿡(QOOK) 인터넷 존으로 이어가다 지난 3월 연재를 마쳤다. 최근 ‘팔도 냉면 여행기’라는 주제의 27권으로 나왔다. 총 135개 에피소드를 다뤘으며 2003년 9월 단행본 1권 출간 이후 300만부 이상 팔렸다.

 허씨는 “아무래도 9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가지 타이틀로 연재를 해왔다는 보람이 있다”면서 “한글을 막 깨우친 다섯 살부터 일흔이 넘은 노인까지 두루 관심을 가져줘 감사한다”며 웃었다.

 독자들의 호응은 높았지만 연재 기간이 길었던 만큼 어려운 일도 많았다. “전라도니 강원도니 지역마다 음식을 안배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는 고백이다. 무엇보다 작가를 난처하게 했던 것은 제철 음식 취재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송이가 문제였다.

 “송이는 기상 변화에 민감한 작물”이라며 “예로 작년 가을에는 비가 너무 오지 않아 송이가 자라지 않아서 취재를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비가 적절히 온 뒤에는 제철이 아니라서 취재할 수도 없고….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고향인 여수에 내려갔는데 내가 ‘식객’에서 전어를 다룬 뒤 전어값이 비싸져 생산지인 여수에서도 함부로 못 먹는다고 핀잔을 주더라”며 웃기도 했다.   

 보람도 컸다. “포항의 과메기를 연재해 포항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 동안 포항에서 과메기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을 했을 때는 그토록 반응이 없었는데 내 만화에 등장한 이후 주문이 폭주했다는 것이다”며 흐뭇해 했다.

 숱한 에피소드 중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구마와 육개장, 미역국”이지만, 허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굴비 장아찌’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굴비장아찌는 귀한 음식이었는데 그 냄새가 짙기도 하지만, 당시 집들의 담이 낮아 이웃의 눈을 피해 몰래 먹을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항상 옆집과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집집마다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재는 그런 정을 나눌 수 없는 것 같다”며 “정을 나누며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굴비장아찌를 소재로 삼았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권에서 다룬 음식은 ‘냉면’이다. “정말 사람마다 냉면에 관한 이야기는 다 갖고 있다”며 “그렇게 다양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냉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고백이다. 그렇다고 “감히 ‘냉면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정의내리고 싶지는 않았다”며 “지역마다 냉면 종류와 소비하는 방법이 다 다른데 그런 부분들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알렸다.

 ‘식객’은 2007년과 2009년 각각 영화 ‘식객’과 ‘식객: 김치전쟁’, 2008년 SBS TV 드라마 ‘식객’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허씨는 “영화와 드라마 작업에는 거의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내 생각을 한 번 정도 언급할 뿐이지 영화와 드라마 작업은 그쪽 전문가가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딸을 시집보낸 친정아버지 같은 마음일 뿐”이라며 껄껄거린다. 

 한식 세계화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낙지볶음 소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어 달고 맵고의 정도를 손님이 고를 수도 없다”며 “스테이크가 세 종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듯 우리 음식도 맵고 싱겁게 정도는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식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아울러 ‘소금’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으로 꼽았다. “음식의 시작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소금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니까.” 

 만화의 제목 ‘식객’의 “원뜻은 사랑방에 빌붙어 사는 사람을 일컫지만, 지금은 다른 식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논객처럼 음식을 잘 아는 사람에게 ‘식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줘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또 음식을 가지고 연재를 한다면 생선 위주로 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전어회 무침과 정어리쌈”이라면서 “전어회 무침은 어머니가 어렸을 때 해주던 맛을 요즈음에는 느낄 수가 없다. 예전과 같이 손으로 정성을 다해 직접 식초를 만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짐작했다.   

 ‘식객’은 만화임에도 음식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칼싸움하는 만화는 손이 베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칼을 날카롭게 그려야 한다”며 “음식 만화는 식욕을 북돋아야 하는데 그림은 한계가 있어 직접 찍은 사진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잘 알지 못하는 음식을 찾아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제부도의 고둥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지방의 사연이 담긴 고유의 음식이 곳곳에 퍼져 있다”며 “그 지역만의 조리법을 찾아다니며 연재할 생각도 있다”는 것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만화계 후배들에게도 야구를 빌려 한 마디 했다. “야구 시합 때 대타를 내세울 때가 있다. 후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지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그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있다.”  “대타의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며 “지금 만화계 시장이 워낙 불황이지만 반드시 한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 믿는다. 그 기회를 위해 평소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참 나로서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라면서도 “‘식객’이 종합일간지에 오랫동안 연재돼 후배들에게 그런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털어놓았다.   

 차기작은 몽골제국 제왕 칭기즈칸(1162~1227)에 관한 만화 ‘메르키트의 오줌’이다. 칭기즈칸의 시각으로 내용을 전개한 기존의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칭기즈칸의 맏아들 주치(1177~1227) 위주로 작품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주치는 칭기즈칸의 아내 버얼테가 메르키트족에게 납치된 이후 임신해 온 아들이다.

 허씨는 “역사 사실대로 서술해나갈지 새로운 창작물로 만들지 고민 중”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와 달리 고증자료가 많지 않아 상상력의 폭을 넓게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겼다. 약 2~3년 동안 선보일 예정으로 아직 연재할 매체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식객의 연재는 정말 끝이 난 걸까. “‘식객’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하루 세끼 밥을 자시고 있기 때문에 식객의 의미는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씨는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서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데뷔했다. ‘비트’, ‘미스터 Q’, ‘타짜’ 등 히트작을 양산해온 만화가다. 296쪽, 8500원, 김영사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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