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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분석]여론조사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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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0-06-03 03:30:19  |  수정 2017-01-11 11:57:32
【서울=뉴시스】<여론조사의 문제와 민심의 변화>

 참을 수 없는 여론조사의 가벼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환호하고 괴로워하는 초여름 밤을 지새야 했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수치를 굳게 믿고 있던 한나라당은 너무 실망이 커서 TV를 보면서 탄식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고, 예상 밖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은 환호하며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나가 승리를 구가했다.

 숫자가 발휘하는 마력 앞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권력자도 민초들도 모두 한갓 가을 바람에 날리는 힘없는 낙엽에 지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숫자가 왜 이런 '배신'을 가져왔는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신문사와 방송사가 실시한 수많은 여론조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출구조사와 다른 결과를 내놨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소리가 높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이런 부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여론조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라는 여론조사의 불신론을 넘어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여론조사 방법에 있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조사대상이 되는 시민들은 하도 많이 여론조사 기관으로부터의 전화를 받다 보니 아주 귀찮아 한다. '여론조사 공해'라고까지 할 정도로 반발을 사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ARS(자동전화응답기) 전화에는 거의 반사적으로 끊어버린다. 조사를 의뢰한 주체가 의도하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짜여진 질문에는 신경질을 내기도 한다.

 전화조사원의 전화는 좀 나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프라이버시를 방해받고 시간이 아깝지만 그냥 끊기가 뭣해서 대강 먼저 물어본 앞 순위에 사람을 지지한다고 대답하고 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확한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런 방법상의 문제 외에 선거법상 선거일 7일전까지만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서 그 이후의 민심변화는 특별한 전문기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렵다. 7일 사이에 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당연히 그 이전에 나온 조사결과는 휴지조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6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는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7~12% 에서 크게는 20% 이상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앞서 있었다.

 문제는 그날 이후 1주일 사이에 민심의 흐름이 변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태가 가져온 '북풍'으로 보수층이 결집되고 안보논리에 설득됐으나, 그 흐름이 며칠 지나면서 전쟁위험론, 증시폭락과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 등 야당의 설득논리가 먹혀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풍으로 초반에 지지도 상승세에 힘을 받았던 한나라당은 지나친 자신감에 자신도 모르게 자만한 부분도 있다. 선거유세도 불성실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끝까지 총력 질주했어야 하는데 너무 만만히 보고 민심을 읽는 노력을 등한히 했으며, 일찍 피로감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석권했던 한나라당이 진다면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랄 수 있다.

 출구 조사가 나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헛짚었던 것을 기억하며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7일이라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일어난 국내외적 상황변화가 민심의 변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젊은 층이 청년백수가 된 데 대한 울분을 현 정권 소속 단체장들에게 퍼붓기 위해 대거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와 투표율을 여당 전패의 마지노 선이라는 55%에 육박하는 54.5%까지 끌어올렸다.

 젊은 층의 참여는 결과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지방선거 원래의 성격을 구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 대선을 방불케 했다.

 이번 선거가 주는 교훈은 가볍기 그지없는 여론조사 믿지말고,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 평범한 경구를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 이득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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