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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피, 뮤지션 이전에 인간…들국화에게 예의다한 '본격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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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3-10-24 07:01:00  |  수정 2016-12-28 08: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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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보컬 김재국(41)이 이끄는 '타카피'는 펑크 록밴드 1세대다.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함께 홍대앞 인디신의 펑크 기반을 다졌다.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6집 '본격인생'은 이 팀이 왜 장수하는지를 입증하는 음반이다.

 김재국이 작사·작곡한 10곡이 실렸다. 2년 동안 작업한 600곡 중 추리고 추린만큼 내공이 상당하다. 사운드가 지글거리는 것을 일컫는 로 파이(lo-fi) 자체다. 부러 옛 인디신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젊다. 예전 김재국이 제작한 밴드의 멤버로 가죽 세공일을 하다 밴드로 돌아온 베이스의 박세환(31), 밴드 '시조새' 등에서 활약한 드러머로 김재국과 친분이 있던 장영훈(30),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기타의 이선환(24) 등 젊은피로 새 진용을 꾸렸다.

 이와 함께 펑크 밴드 '불독맨션'이 소속된 디에이치플레이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불독맨션의 리더 이한철(41)과 김재국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김재국은 "불독맨션과 저희 모두 펑크를 기반으로 하는 팀이지만, 색깔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저는 즐기고자 하는 타입인데, 한철씨는 프로페셔널해요. 서로의 좋은 점을 배워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1번 트랙과 2번 트랙인 '내 갈길 가라'와 '태양아 떠라'는 전형적인 타카피 노래다. 록발라드 '사랑 시작'은 그러나 예상 밖의 노래로 타이틀곡으로도 낙점됐다. "록 발라드를 부르려니까, 저 스스로도 목소리가 어색해서 믹스할 때 소리를 줄여서 녹음하기도 했어요. 하하하. 최대한 기교를 버리고 불렀는데 담백하게 나와서 다행이에요."

 또 다른 곡 '여든 즈음에'의 본래 제목은 '달빛 요정 돌아와요'다. 뇌경색으로 숨을 거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1973~2010)을 기리는 노래다. 김재국과 이진원은 야구를 매개로 금세 친해졌다. "살다 보니 후회하는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후회를 줄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러려면 결국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야겠더라고요. 그런 심정을 담았어요."  

 경상도 사투리를 제목으로 내세운 '뮈라 씨부리노'는 유머가 넘치는 곡이다. 김재국은 전라도 출신임에도 어감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노래를 만들었다. "답이 나오지 않은 남녀 관계의 답답함을 노래했다"며 웃었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애초 '들국화의 행진'이었다. 재기에 성공한 록밴드 '들국화'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1955~2013)이 돌연 사망하자, 앨범의 또 다른 곡인 록 발라드 '사랑 시작'으로 타이틀곡을 바꿨다.

 '들국화의 행진'은 이미 타이틀곡 후보였다. '사랑시작'과 전형적인 타카피 스타일의 밝은 펑크 록인 '태양아 떠라'와 함께 앨범 발매 전 공연에서 대중의 반응을 보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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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국은 "젊은이들의 고통, 방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들국화의 행진'만큼 제격인 곡이 없었거든요. 근데, 주찬권 선배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 이 곡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어요. 특히 선배님께 죄송했고요"라면서 조심스러워했다.

 타카피의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재국을 비롯해 멤버 4명의 홍대 앞 인디신에 대한 애정 역시 대단하다. 최근 미국 진출을 결정한 노브레인을 입을 모아 제 일처럼 축하했다. 김재국은 "노브레인에게 기타를 한 대 빌렸는데, 이제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겠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펑크라는 장르를 떠나 인디 록신이 다 같이 살았으면 해요. '신당동 떡볶이'거리처럼 되야 한다고 보거든요. 서로 유대 관계를 지켜가면서 공유를 해야지 인디 신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테마곡 '치고 달려라'는 타카피를 알린 곡이지만, 또 발목을 잡기도 하는 노래다. "건달과 로커의 공통점은 '쪽 팔리면' 안 된다는 거예요. '치고 달려라'는 조금씩 변주되면서 매년 사용되는 곡인데, 작년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하죠. 최소 작년과 비슷은 해야죠. '치고 달려라'는 저희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죠. 언젠가 이 곡을 뛰어넘을 노래를 만들어야 하겠죠."  

 타카피는 11월8일 서울 홍대앞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6집 발표 기념 콘서트를 연다. 밴드 '안녕 바다' '데이 브레이크' '달마선생' 등이 게스트로 나선다. 새 멤버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막내 이선환은 "프로밴드는 처음인데 본래 중학교 시절부터 타카피의 노래를 카피하며 음악을 했어요. 그런 팀에 속해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에요. 열심히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동안 음악 외 일로 생활을 한 박세환은 "음악을 다시 하고 싶었어요. 이번을 계기로 가족에게 제가 제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장영훈은 "재국 형은 홍대에 같이 사는 동네 형인데 같이 음반 내고 공연하니 더 신납니다. 더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별렀다.  

 어느덧 홍대앞 대부가 된 김재국은 지난 8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를 통해 첫 내한한 펑크 록의 거장 이기 팝(66)을 떠올리며 앞날을 다짐했다. "나이가 일흔살에 가까운데 가만히 계시지를 않더라고요. 무대 밑까지 내려오고. 아직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도 그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70대 들어도 청춘을 노래하고 싶은 거죠. 이 멤버들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이 계기를 만들어주는 시작이 됐으면 해요."  

 이번 앨범 제목처럼 지금부터 '본격인생'이라는 얘기다. 타카피는 내년 말까지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청춘 에너지를 쏟아낼 계획이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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