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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공룡, 신화 대체하다…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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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3-12-19 06:01:00  |  수정 2016-12-28 08: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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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신화와 전설이 사라진 시대, 공룡은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상상의 세계다. 과학과 이성이 장악한 21세기에 달을 보며 절구질하는 옥토끼를 떠올리는 아이들은 없다시피 하다.

 ‘옛날이야기’를 대신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 공간을 메워 준 것이 ‘공룡’이다. 공룡이 요즘 아이들에게 그렇게 인기 있는 이유일 터이다. 수 억 년 전 지구상에 서식한 거대한 생명체는 실존증거라는 과학의 옷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신이나 괴물보다 더 매혹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발음하기도 힘든 공룡의 기나긴 학명을 척척 외우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에선 ‘아기공룡 둘리’, 미국에선 ‘쭈쭈 공룡 바니’가 캐릭터화되며 영유아들에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핵가족시대에 이야기를 들려줄 조부모의 부재와 건국신화와 영웅담이 실종된 건국 200여년 미국의 짧은 역사를 대체하는 역할도 했다.

 이런 면에서 19일 개봉한 영미합작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감독 배리 쿡·닐 나이팅게일)는 유쾌한 모험·성장담과 함께 과학적 사실과 첨단 영상기술이 조합된 역작이다. 1999년 BBC 6부작 다큐멘터리 ‘공룡 대탐험(Walking with Dinosaurs)’를 원전으로 이후 10여년간 고증된 공룡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충실히 반영해 만들었다. 19세기 초부터 시작된 공룡 연구는 최근 20년간 가속도가 붙으며 최신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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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바탕으로 최신식 ‘퓨전3D’로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실제 공룡들이 살았던 광활한 자연환경을 실사3D 카메라로 촬영한 후 CG로 창조된 공룡캐릭터들을 결합시켜 극사실주의적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아바타’(2009)로 3D영화혁명을 일으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설립한 캐머런페이스그룹의 퓨전3D카메라가 사용됐다. CG로 만든 공룡들의 속도, 거리, 움직임을 감안해 실사 배경에 합성하는 데는 지질학에서 주로 쓰이는 스캐닝 기술인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을 이용했다. 빛을 탐지해 거리를 측정하는 이 방식을 모든 장면에 사용한 것은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가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보면 음영대비 효과가 뚜렷하면서 입체감과 사실적 양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 ‘해피피트’(2006)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디지털특수효과회사 애니멀로직은 동물들의 피부와 입자시스템, 충돌 다이내믹, 깃털 등을 분석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와 작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늘, 근육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공룡을 탄생시켰다. 다만 개체 무게가 수천 ㎏에 달했던 대형공룡들의 묵직함과 육중한 움직임이 낳는 지반의 반동이나 소리까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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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물학자, 과학자들이 자문한만큼 에듀테인먼트 기능도 한다.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므로 곳곳에 학습효과와 탐구심을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도 돋보인다. 현재의 새가 7000만년 전 백악기 후기로 옮겨가 조상새인 알렉소르니스로 변신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그 연계성을 보여주고, 스톱모션으로 화면을 정지시켜 새로이 등장하는 공룡과 생물을 소개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덕분에 거대한 몸집과 머리 주변에 멋진 뿔을 가진 초식공룡 파키리노사우루스, 앞다리가 짧은 흉악한 포식자인 육식공룡 고르고사우루스, 닭을 닮은 잡식성 키로스테노테스 등의 이름 뜻과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생하게 담겨진 자연의 모습이 어른들에게도 시각적 충족감을 준다. 알래스카와 뉴질랜드에서 직접 찍은 거대한 폭포, 장엄한 계곡과 물살, 물그림자가 아름다운 호수와 거대한 숲, 별들이 쏟아지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밤하늘, 북극의 겨울 흑야를 비추는 환상적인 오로라 등 정경들은 다큐멘터리적 실사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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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감동과 코믹함이 뒤섞인 단순한 스토리는 어린이들이 소구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1994)과 같은 동물을 비유로한 전형적인 성장영화다. 파키리노사우루스 리더의 한배새끼 중 가장 약골이지만 호기심 많고 영리한 파치가 고르곤의 공격과 산불로 부모를 잃고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야생에서 여러 고비를 넘기며 결국 대장이 된다는 내용이다. 힘센 형 스카울러와 우두머리 자리와 여자친구 주니퍼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이 주요 대립축이다.

 파치를 굉장히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쉽게 동일시되긴 하지만 지나친 의인화는 리얼리티를 반감시킨다. 파치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조상새 알렉스를 등장시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통에 품격을 잃은 것이 아쉽다. 너무 호들갑을 떠니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진다. 어린 관객들에게까지 재미를 주려고 배려한 것 같은데, 오히려 아이들은 화면에 더 쏠리지 대사를 다 알아듣지 못한다. 기술과 시간의 한계를 고려해도 다른 캐릭터들은 말이 없는데 주요 몇몇 캐릭터들만 인간들처럼 사고하고 말을 한다는 게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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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버전에서는 코믹배우 저스틴 롱(35)이 파치 역, 콤롬비아 출신 존 레귀자모(49)가 알렉스 역을 맡았다. 더빙판에서는 모델출신 연기자 이광수(28)와 유명성우 배한성(67)이 각각 파치와 알렉스 역으로 목소리 출연한다.

 철따라 먹이를 찾아 무리 지어 이동하는 행동양식, 수컷끼리 코뿔소처럼 치받는 싸움, 최강자가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짝짓기의 법칙, 흙목욕, 식습성, 자손의 번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과 사랑, 동족끼리의 의리 등 생태는 현생 포유류 등 생명체가 지닌 것과 엇비슷해 인간의 인식능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과연 저 때의 지구의 자연풍경과 기후, 대기가 지금 보는 것과 엇비슷했을까. 첫 번째 포유류인 알파돈이 겨우 등장했을 시기이니 정확한 사실확인은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공룡에 관한 모든 것은 추정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공룡이 왜 갑자기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te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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