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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10년 지킴이' 청산스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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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2-02 10:13:04  |  수정 2016-12-28 12: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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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다섯가족 이끌고 산성행 금성산성 지키며 전통무예 연마

【담양=뉴시스】송창헌 기자 = 호남 3대 산성 중 한 곳인 담양 금성산성(사적 제353호·총길이 7352m)에서 전통무예를 익히며 산성지킴이 역할을 해온 '동자암' 주지 청산스님(52)이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속세를 떠나 은둔하듯 산성으로 들어온 지 꼬박 10년 만이다.

 청산스님은 고혈압과 폐 손상, 신부전증 등으로 투병하면서도 수련활동을 통해 자연치료를 고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청룡스님(19)은 2일 "스스로 몸 상태를 아시고는 의료진의 수술 권유도 뿌리치셨던 것 같다"며 "오전에 어머니에게 심부름 보내며 '사랑하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 말이 결국 유언이 되고 말았다"며 흐느꼈다.

 담양이 고향인 청산스님(본명 송철수)이 제주도 출신인 부인 보리스님(본명 김경숙·46)과 슬하의 황룡(20)·청룡·구봉스님(14·여)을 이끌고 산성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4년 봄.

 속세와 등진 이들은 보국문과 충용문을 대문 삼아 산성산의 청풍명월을 벗 삼아 골짜기 샘물을 길어다 밥을 짓고 장작으로 불을 때는 소박한 삶을 살아왔다.

 빡빡 민 머리와 가슴까지 내려온 수염에 허리춤엔 장검을 차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소림사 고수와 같은 청산스님은 자타가 인정한 금성산성 지킴이이자 전통무예가였다.

 스님과 가족들은 꼭두새벽부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은 밤까지 금성산성을 쓸고 닦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술을 연마했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 예불을 마치고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스님 가족들의 첫 일과는 심신단련과 주변 청소. 성곽 곳곳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줍고, 겨울이면 등산객 미끄러질까봐 주차장에 쌓인 눈까지 말끔히 쓸어냈다.

 등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면 청산스님은 어김없이 문화유산해설사로 변신, 산성의 유래와 호국도량으로서의 의미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산성과 함께 스님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는 전통 승군무예. 임진왜란때 일본군들을 공포에 떨게 하며 조선을 구해낸 서산대사 무예의 맥을 잇고 있는 스님은 두 아들 황룡, 청룡스님까지 합세해 불철주야 무공 수련에 정진해왔다.

 청산의 지도를 받은 황룡과 청룡의 무예는 말 그대로 일취월장해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하루 2∼3차례씩 시연할 정도다.

 비장한 음악에 맞춰 검과 창, 봉 등 각종 무기들을 휘두르며 정통무예에서 검도, 유도, 쿵후까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무예시연은 화려한 버라이어티쇼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가족들은 '동자암'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산성과 암자의 풍경과 정겨운 에피소드 등을 사진과 글로 실어 올려 산성지킴이의 필요성을 전파했고, 카페동호인들을 모아 자연정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청산스님은 생전에 "단군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무예를 널리 알리고, 한때 10만 인구를 자랑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담양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게 우리 가족의 목표이자 삶의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님은 최근 한달 가량 구례에 전통무예 전수관을 건립하는 일에 매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빈소는 광주 서구 신세계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11시.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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