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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종구, 소재확장…쇳가루로 그리고 쓴 그림과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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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7-07 06:52:00  |  수정 2016-12-28 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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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구 '쇳가루 6000자 독백' 부분 (가변설치, 쇳가루 광목 PV접착제, 2014)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전시실에는 가로 9m80㎝, 세로 2m70㎝ 크기의 대형 캔버스 4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4개 캔버스는 두 쌍의 작품으로 각각의 쌍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캔버스에는 쇳가루가 잔뜩 묻어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글씨가 적혀있다. 조각가 김종구(51)의 쇳가루 작품이다.

 캔버스 2개에는 3000자씩 작가의 비망록이 쇳가루로 적혀 있다. 무게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50㎏씩, 100㎏에 달한다”고 한다. 다른 한 쌍은 쇳가루로 그린 표현주의 그림이다.

 쇳가루 작품은 1997년 영국에서 전시한 통 쇠 인체 조각 작품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시 도중 기다란 인체 통 쇳조각은 밑동만 남긴 채 사라졌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만들었는데 작품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돌아와 보니 바닥에 쇳가루가 남아있었다.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쇳가루를 열심히 쓸어 모았다. 조각은 잃어버렸지만, 쇳가루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자석으로 순수한 쇳가루만 골라냈다. “일주일 넘게 소일삼아 자석으로 쇳가루를 고르는데 한쪽에는 큰 쇳가루 산, 다른 쪽에는 먼지 산이 생겼다. 두 개의 풍경이 생긴 것”이라며 “그게 사진작품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쇳가루로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산소공급이 되는 방진복을 입고 밀폐된 공간에서 통 쇠를 그라인더로 갈아낸다. 이후 캔버스에 포리졸 접착제를 뿌리고 쓰레받기에 쇳가루를 담아 붓글씨 쓰듯이 글을 쓴다.

 전시장에 걸린 ‘쇳가루 6000자의 독백’은 하나의 풍경으로 비친다. 마음속에 있는 풍경 또는 흘러내림에 대한 풍경이다. 쇳가루가 흘러내리면서 번지는 효과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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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구 '하얀공간'(가변설치, 쇳가루 광목 PV접착제 프로젝터 CCTV카메라, 2014)
 2전시실로 들어서면 쇳가루 그림이 하나의 구조물로 설치돼 있다. 내부는 ‘하얀 공간’이다. 4각형의 쇳가루 그림 구조물 한 면에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직사각형의 구멍이 있다. 관객은 구멍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고 한쪽으로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내부 바닥에는 쇳가루로 글씨가 쓰여 있다. 하얀 벽에는 CCTV로 찍은 외부의 풍경이 투사되고 있다.

 3전시실 한가운데는 쇳가루에 녹이 발생해 엉겨 붙은 모습의 캔버스 천들이 포개져 있다. 심하게 부식된 철판 같다. 그 옆에는 주물 뜨는 과정에서 훼손된 인체 입상이 있다. 그 뒤에는 김종구의 비망록을 전시했던 장면을 찍어 만든 횡권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의 다음 작업은 그라인딩 프로젝트다. “통 쇠를 깎아 삽이나 곡괭이, 삼지창 같은 원시적인 도구를 만들 계획이다. 그 다음에는 전쟁 현장을 찾아 현지인들과 함께 고장이 나 방치된 탱크를 그라인더로 갈아 쇳가루 풍경을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쇳가루로 글을 쓰고 풍경을 만드는 김종구의 작품은 31일까지 볼 수 있다. 02-3217-6484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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