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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연극 ‘봉선화’ 미국서 파문…피해 할머니들, 내용 교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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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8-05 12:28:59  |  수정 2016-12-28 13:10:23
“일부 내용 일본 논리에 역이용 우려” 지적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연극 ‘봉선화’의 일부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뉴욕에서 피해 할머니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시극단(단장 김혜련)의 봉선화는 윤정모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가 원작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된 후 미주 투어에 들어가 최근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서 공연됐고 5일과 6일 뉴욕 퀸즈씨어터에서 두 차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공연은 현재 미 하원 위안부결의안 7주년에 맞춰 미주 주요 도시를 돌며 위안부 이슈를 전파하고 있는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의 활동과 연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두 할머니가 내용 교체를 강력히 요구, 뜻밖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한 위안부 여성이 화려한 기모노 차림으로 ‘돈(군표)’을 뿌리고 역시 기모노를 입은 다른 위안부 여성들이 그것들을 엎드려 줍는 장면이다. 두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하는 동안 화려한 일본옷을 입은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두 할머니는 첫 방문지인 캘리포니아에서도 연극에 반발, 행사 불참을 선언하는 등 극도의 불쾌감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글렌데일 알렉스 극장에서 연극 ‘봉선화’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온 것을 항의하며 이튿날 위안부소녀상 앞에서 예정했던 문화행사 불참을 선언한 것.

 봉선화 뉴욕 공연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거하는 ‘나눔의 집’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내용 수정을 요구한 것에 극단측이 반박 보도자료로 맞불을 놓는 등 자칫 충돌 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나눔의 집과 일본국 위안부 역사관, 국제평화인권센터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할머니들은 ‘위안소'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 잡는 도살장이다(이옥선)’ '위안소 생활 중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강일출)’ '위안소 생활이 괴롭고, 차별과 일본군의 구타에 자살을 시도했으나 동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김군자)’라고 생생하게 증언을 하고 있다”면서 “할머님들 증언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봉선화 공연의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눔의 집 측은 “피해자 할머님들이 전쟁터에서 겪으신 고통을 그런 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자칫 일본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며, 특히,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볼 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극단측은 “연극 봉선화의 소재는 필리핀의 사례로 일본군이 지급한 군표는 모두 종이짝처럼 아무 소용없는 물건이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돈을 뿌리는 장면은 과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연극을 통해 당시 위안부들의 고통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은 초연 당시 나눔의 집 측이나 할머니들로부터 공연 내용의 수정에 대한 요구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면서 “나눔의 집은 봉선화 초연 공연에 공식 후원단체로 참여했고, 관람객을 통한 후원금 모금 및 기부에 대해 2013년 12월 세종문화회관 측에 감사패도 수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나눔의 집 측은 “세종문화회관 김혜련 단장 측에서 봉선화 본 공연을 마치고, 다시 한 번 앵콜 공연을 시작한다며 나눔의 집에 후원 사용을 요구했으나 할머님들 반발에 거부를 했다”고 초연 이후 해당 장면이 문제가 되었음을 시사했다.

 이어 “지금도 피해 할머님들은 평균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인권 회복 활동에 역행하는 봉선화 공연이 지금이라도 공감하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4일 뉴욕에 도착한 서울시극단은 뉴욕주 낫소카운티 의회를 방문, 봉선화 공연을 홍보하고 이날을 ‘서울시의 날’로 공포하는 낫소카운티 포고문을 받는 환영 행사를 갖고 뉴욕주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있는 아이젠하워 파크의 현충원도 참배했다.

 5일 공연엔 뉴욕주 상하원에서 각각 위안부결의안을 통과시킨 두 주역 토니 아벨라 상원의원과 찰스 래빈 하원의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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