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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1명'…영아유기 범죄 부추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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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9-11 07:12:39  |  수정 2016-12-28 13: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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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최근 신생아를 버리는 '영아 유기'가 증가할 정도로 '영아 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영아 유기는 아동학대로 형법 제272조에 따라 보통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정도로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다.

 지난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대운 의원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틀에 한 명 이상의 아기들이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자료의 영아유기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실시되면서 급증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입양특례법은 입양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입양 절차를 강화한 법으로 개정하기 전에는 입양 후 신고를 하는 것 만으로 입양이 성사됐지만 개정 후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입양이 가능하게 됐다. 법원의 허가를 받으려면 친생부모의 출생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입양이 성사되면 친생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출산 기록이 말소된다. 하지만 만약 입양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호적에 친자로 아기의 기록이 남게 되는데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미혼모들에게는 이같은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는 미혼모들을 옥죄어 혼자 몰래 아기를 낳고 유기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아기들이 사망하거나 살해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10대 소녀가 부산의 한 모텔에서 아기를 낳은 뒤 모텔 밖으로 던져서 죽게 만들었고 2월 서울 중랑구에서는 고등학생이 집에서 출산을 하고 자신이 낳은 아기가 울자 입을 막아 죽게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0대 여성이 PC방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고 쓰레기통에 아기를 유기해 사망하게 만들어 검거되는 등 영아 유기는 영아 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버려진 채 죽어가는 아기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지난 2009년 12월 서울 한 교회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이들은 한밤중에도 아기를 두고 갔다는 벨이 울리면 뛰어나가 버려진 아기들을 정성을 다해 돌본다. 그런데 이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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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2013년 유기아동의 수가 급증한 원인을 두고 '입양특례법이냐 베이비박스냐'의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비박스가 2013년 상반기 입양특례법과 함께 화제가 되면서 언론보도가 급증해 역효과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 수가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기를 버리게 만드는 사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들은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가족지원서비스나 시설보호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수는 지난 2010년 4명, 2011년 25명, 2012년 67명에서 2013년에는 208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원 횡성에서 왔다는 16살 소녀가 "3일 전 친구 자취방에서 아기를 낳았다"며 입구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처럼 지방에서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한 미혼모가족협회 회원은 "미혼모라는 이유로 입양을 권하는 등 작은 생명 하나도 품을 수 없는 병든 사회가 문제"라며 "아동 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사회의 책임과 과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영아 유기는 아동 학대로 타 지역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없어 더욱 답답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강원도청에서는 아동유기와 방임 등 학대 아동에 대한 상담·신고(☎1577-1391)전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밖에 영서권은 도아동보호전문기관(☎244-1391), 영동권은 강원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531-1391), 원주시는 시아동보호전문기관(☎766-1391)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동유기, 네탓 내탓만 할 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돌아보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fly12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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