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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치. 법조 출신 석좌교수 강의도 없이 연 수천만원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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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9-07 07:47:46  |  수정 2016-12-28 15: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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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김경희 이사장 검찰 수사 시점에 검찰 고위직 영입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상당수 대학에서 정치인이나 법조인, 전직 고위공무원들을 석좌교수로 초빙한 뒤 강의를 제대로 맡기지도 않은 채 한 해에 수천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석좌교수는 대부분 아예 강의가 없거나 정규과목 수업을 맡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사실상 로비를 위해 석좌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뉴시스와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의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주요대학 석좌교수 현황에 따르면 상당수 대학들이 석좌교수 제도를 두고 전직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법조인들을 석좌교수로 초빙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석좌교수는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기금을 받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지정한 교수'를 말한다. 주요 대학들은 교수임용 규정에 '학문적 연구업적이 탁월하거나 학교 및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할) 사람'을 석좌교수로 초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들이 유력 정치인과 법조인, 공무원 출신을 석좌교수 초빙하는 명목은 '학교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할)'이라는 규정이다.

 건국대는 전직 법조인과 정치인을 대거 석좌교수로 영입한 대표적인 사례다. 건국대는 부동산 개발사업 실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이사장의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조인과 교육부 차관출신 석좌교수를 초빙했다.

 건국대는 2014년 3월1일 박모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조모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고 매월 3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도중에 영입됐다. 박씨와 조씨는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후 정규 강의를 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건국대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 직전이었던 2013년 9월1일에는 교육부 전 차관이었던 이모씨를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이모씨의 급여도 월 3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는 감사를 앞두고 교육부의 현지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3년 2월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건국대는 안 전 대법관에게 2013년에만 월 300만원씩 급여를 지급했고, 2014년부터 지원을 끊었다.

 건국대가 영입한 석좌교수에는 정치인도 포함됐다. 김진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올해 3월1일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상희 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은 2014년 3월1일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김진표 의원과 김종인 위원장은 모두 월 3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고, 박상희 전 의원은 무급으로 처리됐다. 이외에도 김지하 시인은 학기마다 한 개 과목 강의를 맡으면서 월 3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역시 올해 8월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모씨를 석좌교수로 영입하고 월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씨도 따로 강의를 맡지 않고 있다.

 상명대학교는 2013년 3월 홍모 전 사법연수원장을 석좌교수로 영입해 연 4920만을 지급하고 있다. 상명대는 박모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이모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채모 연구원 등을 석좌교수로 영입해 같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 한기에 1개 과목을 맡아 강의를 맡았다.

 국민대의 경우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손 모씨와 금융감독원장 출신 최모씨를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이들은 주당 3시간의 강의를 맡고 각각 연 3600만원, 6000만원을 받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지낸 한모씨를 지난해 9월 영입해 한 과목 강의를 맡겼다. 한씨는 월 420만원을 받고 있다.

 석좌교수의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지대는 대한한의학회 이사를 지낸 박모씨를 지난해 11월 영입해 매월 12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상지대 박모 석좌교수는 1학기 동안 한 과목을 맡았다.

 건국대 관계자는 "김경희 이사장의 사업실패가 드러나고 검찰수사, 교육부 감사 등이 시작되자 석좌교수 영입이 늘었다"며 "결국 이사장의 개인적 위기를 넘기기 위해 검찰, 정치인 출신 석좌교수를 영입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은 "대학 수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은 열심히 강의해도 열악한 수준의 급여를 주면서 검찰과 공무원 출신 석좌교수에게 수천만원을 안겨주는 것은 부끄러운 대학의 민낯"이라며 "대학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을 손쉽게 급여로 타가는 사람들 역시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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