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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수준 금융 경쟁력', 과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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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10-01 07:59:21  |  수정 2016-12-28 15: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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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사 결과보다 7단계 추락한 '87위'  스리랑카·나이지리아·부탄 보다 낮은 평가  금융당국 "현지 기업인 대상 조사, 신뢰성 낮다"

【서울=뉴시스】이보람 기자 =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 금융 경쟁력 87위'라는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진행된 금융개혁 추진 성과가 반영되지 않은데다, 설문조사로 이뤄지는 WEF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치 금융의 폐해와 낙하산인사, 가계부채 등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많은데다, 매년 평가 순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건 국내 금융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무턱대고 외면할 수 만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WEF가 평가한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는 87위다. 뉴질랜드(1위), 영국(16위), 르완다(28위), 프랑스(29위), 필리핀(48위), 스리랑카(51위), 나이지리아(79위), 우간다(81위), 베트남(84위), 부탄(86위) 등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늘 국내 금융경쟁력을 말할 때 거론되던 우간다는 말할 것도 없고, 르완다나 나이지리아 역시 우리보다 한참 아래로 치는 아프리카 국가이고,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언저리에 있는 오지의 나라이다. 금융 당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WEF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간포럼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무시할 수만도 없다.  

 특히 8개 평항목 중 낮은 순위를 기록한 항목은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99위)과 가격 적정성(89위), 대출의 용이성(119위)과 은행 건전성(113위)다. 법적 권리지수(63위)는 지난해보다 34위나 하락했다.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조사 신뢰도에 문제 있어"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WEF 평가 결과에 대해 "조사 방식이 설문조사 위주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WEF 평가는 세계은행(WB)의 ‘2014 기업환경평가 점수’를 그대로 반영해 올해 금융개혁 성과가 반영되지 않았고, 설문조사를 자국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 간 객관적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항목별로 한국 금융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들은 WEF 평과 결과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며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에서 15세 이상 인구 중 계좌보유비율이나 무인화기기(ATM) 이용 출금비율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서비스 가격적정성 역시 국내 은행의 예금 계좌 수수료는 다른 나라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고 대출 용이성도 OECD 국가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순히 금융업이 낙후돼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 침체탓에 기업들이 느끼는 금융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내려갔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경기에 따라 답변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올해 저성장 국면이 심화되고, 중소기업들이 투자받기가 어려워지며서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낙하산 인사·가계부채·노령화 등 금융업 위협

 설문 조사 방식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순위가 거듭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간다 수준이다! 아니다!'를 논할 것이 아니라 외부에 비쳐지는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WEF 금융시장 성숙도 평가 순위는 2009년 58위에서 지난해 80위로 올해는 87위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관치 금융의 관행과 가계부채, 노령화 등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위협 요소 등이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금융시장 성숙도는 금융서비스의 용이함보다 신뢰도나 정책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평가되는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 척결이나 소비자 보호 등 과거부터 정부가 약속 했던 정책에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현재 당장은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양호할지 몰라도 외부 시각으로는 가계부채 탓에 금융업의 건전성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커진 것도 평가에 악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금융개혁을 규제개혁이나 금융사 지원이라는 작은 부분에서 더 나가서 신뢰도 회복이라는 큰 틀로 끌고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업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 교수는 "노령화 때문에 금융기관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근본적인 위험에 대해 정부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며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와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안돼고 있다는 응답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평가 결과에 금융개혁의 성취도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감독 체계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내년 평가 결과 역시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miel07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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