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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현대무용의 경이로운 신세계, 벨기에 피핑톰 '아 루에'

이재훈 기자  |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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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10-03 17:03:19  |  수정 2016-12-28 15: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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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속에 들어갔거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거나.

2일 밤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 톰(Peeping Tom)'의 대표작 '아 루에(À louer)'는 초현실주의의 성찬이었다. 편의상 '무용'으로 구분하나 한 장르에 한정하기에는 다양한 표현기법이 아깝다.

오래된 저택의 거실이 주요 배경. 항상 환상에 빠져 있는 마담, 성실하지만 어딘가 비밀스런 집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피아니스트와 오페라 가수도 나오고, 이들을 영혼 없이 둘러싼 무리도 등장한다.

'아 루에'를 영어 제목으로 옮기면 '포 렌트(For Rent)'다. 이들의 환상과 기억, 심지어 현실은 어딘가로부터 빌린 것처럼 끊임없이 부유한다. 이를 표현하는 것은 무용수들의 애크러배틱한 신체 움직임이다.

기존의 어떤 움직임과도 비교 설명이 힘든 동작들은 신체로부터 분리된 듯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이는 자연스레 작품의 몽환성을 이끌어낸다.

이런 분위기의 중심에는 피핑톰에서 활약 중인 두 명의 한국인 무용수가 있다. 엠넷 '댄싱9' 시즌2(2014)에서 절대적인 기량을 뽐내며 '갓설진'으로 불린 김설진의 움직임은 연체 동물을 연상케 한다. '올백' 머리를 한 채 집사 역을 맡은 그는 목과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무대 위를 부유한다.

또 다른 한국 무용수 정훈목은 김설진의 분신처럼 환상 속 움직임을 선사하는데, 특히 바닥과 밀착한 동작들로 무용의 독특한 질감을 선사한다.

'아 루에'는 이와 함께 시각효과가 돋보이는 팀으로 유명하다. 특히 무용수가 긴 안락의자 위에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이 눈을 현혹시킨다.

이처럼 무용를 넘어선 각종 장르의 혼합으로 2013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연극상인 '우부 어워즈'에서 '최고의 외국어 공연'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관객을 배려한 설정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저택을 지은 이를 이야기하면서 아르코예술극장의 실제 설계자인 건축가 김수근을 언급하거나, 작품 속 오페라가수가 오디션에서 자신이 떨어진 대신 조수미가 뽑혔다고 말한다.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전반을 지배함에도 이 같은 위트를 놓치지 않은 점은 특기할 만하다.

현대무용을 이야기할 때 벨기에를 빼놓을 수 없는데, 피핑톰은 그 중에서도 최전선에 있다. '아 루에'는 현대무용이 이처럼 신선하고 새로운 미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2011년 벨기에 왕립 플랑드르 극장에서 초연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개막작으로 한국에서 첫 무대를 열었다. 3일 오후 7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이틀 공연 모두 매진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스파프'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평창동 토탈미술관 등에서 계속된다. 7개국 21단체가 22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02-3668-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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