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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 ]⑨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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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1-14 06:00:00  |  수정 2016-12-28 16: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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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3년간 휴대전화 판매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던 노키아.

 노키아는 1865년 제지(製紙)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고무 회사와 케이블, 컴퓨터, TV, 무선통신 등 사업을 수차례 바꿔가며 확장했다. 문어발식 경영에서 주력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2년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1998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오만'이 불러온 몰락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로 통했다.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핀란드의 국민 기업이었다. 누구라도 노키아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지난 2007년 노키아는 150년 역사상 최대인 510억 유로(약 66조5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글로벌 회사 4곳의 휴대폰 판매대수를 모두 합해도 노키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는 점점 쇄락의 길에 접어 들었다. 구형 피처폰의 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환경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 고집하다 위기를 자초했다.

 노키아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3년 전인 2004년 전에 이미 현재와 비슷한 개념의 터치스크린을 갖춘 스마트폰을 개발했지만 수익성 불투명을 이유로 경영진이 반대하면서 출시가 무산되는 오류를 범했다.

 당시 노키아 스마트폰 개발분야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아리 하카라이넨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의 성장 가능성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고 경영진은 제조원가가 높은 새로운 제품의 출시를 반대했다"며 "세계 1위라는 현실에 안주해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가 노키아의 성장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키아는 몰락 직전까지도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고 바꾸려 들지 않는 등 오만한 태도를 견지했다. 1등 기업의 자만심에 취해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시장에 내놨을 때 칼라부스오 노키아 CEO가 "아이폰 같은 우스꽝스러운 제품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표준"이라고 비웃던 일화는 유명하다.

 노키아는 2006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단말기 제조사들이 OS를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바꿀 때도 노키아는 폐쇄적인 자체 OS인 '심비안'만 고집하며 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애플과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추월했고 '심비안'은 2013년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휴대전화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노키아의 대가는 혹독했다. 2012년 노키아의 연간 적자는 5조원을 넘었고 주가는 5년 만에 90% 이상 폭락했다.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도 2%까지 추락했다.

 ◇노키아 몰락에 휘청한 핀란드 경제

 2010년까지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는 2011년부터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노키아의 매출도 실적 발표를 시작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노키아의 2011년 1분기 매출은 애플과 삼성에 밀리면서 업계 3위로 추락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판매대수는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해 2분기에는 3억68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휴대전화 판매대수도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밀렸다.  

 파사넨 전 노키아 기술책임자는 노키아의 몰락에 대해 "조직이 커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고 회사가 변화와 혁신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노키아랜드(노키아의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때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 없이는 지탱할 수 없었다. 핀란드의 전체 연구개발(R&D) 지출과 특허출원의 3분의 1을 노키아가 차지할 정도였다.

 2007년 말 1100억 유로를 넘어섰던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핀란드 증시 시총의 34.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몰락을 거듭하면서 2011년 말에는 이 비중이 9.0%로 추락했다. 이로인해 핀란드 전체 시총까지 반토막이 날 정도였다.    

 2011년 2.8% 였던 핀란드의 경제성장률도 노키아의 몰락으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1.0%와 -1.4%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과감한 포기로 이룩한 부활

 더이상 회생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노키아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노키아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주력 사업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한 결단력 덕분이다.

 노키아는 2012년 6월 본사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 명을 감원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또 핵심사업인 휴대전화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2013년 9월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54억4000만 유로의 '헐 값'에 매각했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사업 대신 통신장비 분야로 눈을 돌렸다.

 노키아는 지멘스와 함께 세운 벤처 기업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의 지멘스 지분 50%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후 사명을 노키아솔루션즈네트웍스(NSN)로 바꿨고, NSN은 노키아의 자회사가 됐다.기존 NSN의 통신장비 사업은 노키아 내 주요 사업부로 확장했다.

 사업형태도 Bto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서 BtoB(기업과 기업간 거래)로 바꿨다.  

 2012년 노키아 전체 순익의 50%인 149억 유로를 벌어들이던 휴대폰 사업을 떼어내면서 노키아의 전체 사업 규모는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전체 사원의 36%에 해당하는 3만6000여명의 직원이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겨갔다.

 국민기업인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이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가자 핀란드 전역은 분노에 휩싸였다. 여기에다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1880만 유로의 천문학적인 퇴직금까지 챙겨 마이크로소프트로 금의환향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엘롭의 판단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키아로부터 휴대전화 사업을 사들인 마이크로소프트가 2015 회계년도 4분기에 32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개인용 컴퓨터의 판매 감소도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당시 인수에 사용한 자금과 구조조정 비용 등 84억 달러를 손실로 처리해야 했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갔더러면 이 비용은 모두 노키아 스스로 짊어져야 했다.  

 반면 노키아는 통신장비로 눈을 돌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2분기 노키아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 급증한 3억4700만 유로, 매출은 9% 증가한 32억 유로를 기록했다. 3분기 순이익은 1억8800만 유로, 매출 30억3600만 유로로 집계됐다. .

 노키아는 지난해 4월 프랑스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면서 세계 통신장비업계 1위로 올라섰다. 두 회사가 합해지면서 스웨덴의 에릭슨, 중국의 화웨이가 보유한 점유율을 넘어선 것이다.

 시장분석업체인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무선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는 에릭슨으로 27.3%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화웨이로 22.6%다. 노키아는 16.1%이지만 알카텔-루슨트의 14.4%와 합하면 30.5%가 돼 에릭슨을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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