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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의 민낯③]법망 교묘히 피하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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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1-25 07:00:00  |  수정 2016-12-28 16: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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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대기업은 직원과 '이별'할 때 상당히 치밀한 방법을 진행한다. 중소기업이 경영자나 인사부서의 자의에 의해 해고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대기업은 해고 자체를 프로그램화한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상당히 교묘한 방법을 쓰기 때문에 해고의 방법이 가혹하더라도 법망을 피해 가는 일이 많다. 풍부한 경험과 노무 인력을 통해 형식적으로는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치밀하게 퇴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원 A씨를 해고했다. 사유는 동료들을 배려하지 않고 정시퇴근했다는 점, 상사의 업무지시를 인상을 찌푸리면 들었다는 점 등이었다. A씨가 회사에서 실시하는 업무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해고사유에 포함했다.

 문제는 일반직인 그의 업무평가를 연구원들과 같은 항목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직인 그가 불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의 평가인 셈이다.

 이 직원이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자 LG전자는 역시 '다른 사람이 같이 일하기 싫어한다'는 논리를 동원했다. LG전자는 이 직원을 대기발령한 뒤 "여러 부서 관리자들에게 물었더니 누구도 같이 일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동위는 업무평가의 세부내용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에서 의미 있게 봐야 할 수치는 따로 있다. 이때 업무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대기발령된 직원이 111명이었다는 점이다. 이 중 현업으로 복귀한 직원은 35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스스로 회사를 관두거나 위의 예처럼 결국 해고됐다. 회사의 의도가 이들이 스스로 나가는 것이었다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신입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받아 논란이 됐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직원 일부를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한 뒤, 사실상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교육을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언제, 어디로 발령이 날지에 관한 언급 없이 직원들을 무기한 대기상태에 놓는 방법으로 퇴사를 유도했다. 실제로 이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매일 오전 8시까지 교육장에 출근해 아무 일도 하지 않다 오후 5시에 퇴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서울 모 병원에서도 저성과자로 찍힌 직원들에게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잡초 뽑기, 독후감 제출 등을 시켰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그만뒀다.

 이처럼 대기업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대기업은 저성과자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 기준을 상당히 합리적으로 만들고 있다. 누가 봐도 객관적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평가항목을 구성하고, 다면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평가 방법도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진행한다.  

 문제는 형식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저성과자'를 가르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업무 실적과 결과를 숫자로 산출할 수 없는 일반 사무직 직원의 경우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평가에 깊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들은 퇴사를 유도하려는 직원에게 특정 항목에서 고의로 매우 낮은 점수를 매겨 '저성과자'나 '업무능력 부족자'라는 멍에를 씌우는 셈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변호사와 노무사를 상시 고용하는 대기업은 해고하기 전에 매우 세밀한 검토를 진행한다"며 "대기업이 하는 해고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보다 무섭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 노무사는 "영업사원일 경우 업무능력의 결과가 숫자로 나오겠지만, 대부분 사무직 직원들에 관한 평가는 상사가 진행하는 정성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평가 구조라면 회사가 얼마든지 법망을 피해 저성과자를 찍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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