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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택, 결코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전남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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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1-26 07:28:00  |  수정 2016-12-28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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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떠올려보자. 머릿속에 비슷한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단독주택에 살고 있더라도 대부분 공간의 구조와 쓰임새는 비슷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 거실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 사용하는 침실이 배치되어 있고,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이 기본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부만 그럴까. 집의 모양새 역시 떠올리는 풍경은 비슷하다. 빽빽한 아파트 숲이거나 다세대주택 단지거나, 단독주택 단지가 대부분이다. 집의 외부만 그럴까. 집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와 살던 자녀들은 장성하면 취업, 진학 등으로 집을 떠난다. 직장과 학군에 따라 이사를 다니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고, 한 사람이 태어나는 곳은 더 이상 집이 아니고 병원이 대부분이며 이제 세상을 떠나는 곳 역시 집이 아닌 요양원이나 병원인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그 내부의 쓰임새는 물론 집 자체의 형태,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사회적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남일(54)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가 '집-집의 공간과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를 냈다. '집'이라는 공간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시간과 풍경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세심히 들여다본 책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집 안의 구석구석이 전통 주거의 공간에서 오늘날까지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에 대해 살피고 있다. 방의 기능이 잠을 자는 기능 중심으로 바뀐 것과 동시에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오면서 일어난 가족 문화의 변화를 담았다. 또 여성만의 공간이었던 부엌이 온 가족의 공간으로 거듭난 과정, 장작을 때던 온돌방이 가스 보일러로 변화하는 과정을 되짚으며 그 사이에서 일어난 사회적 인프라의 변화를 분석했다.

 2부는 사는 곳이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를 설명해주는 요즘 세태가 단지 오늘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응시한다. 한옥 중심에서 양옥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주거 공간이 근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논하고,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살아가는 풍경의 출발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살핀다. 고시원이나 오피스텔, 원룸을 비롯해 아파트의 등장과 그 변화 과정, 새로운 대안처럼 등장한 전원주택과 타운하우스까지 살피면서 공동주택과 개인주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욕망의 변천 과정을 풀어냈다.

 3부에서는 좀더 거시적으로 집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조망한다. 신세계를 동경하듯 너도나도 아파트로 몰려가면서 일거에 우리 사회 전반의 주거 형태를 일원화시킨 현상을 살피고, 그러면서 사라진 이웃과 마을의 개념이 무엇으로 대체됐는지 등을 들여다봤다. 한 집에서 태어나 그 집에서 삶을 마감하던 인생의 풍경은 사회적 변화의 어떤 과정과 맞물려 오늘날 준유목민처럼 떠도는 삶으로 달라졌는지를 들여다봤다.

 "단독주택에서는 난방 방식이 재래식 온돌에서 보일러식으로 바뀌는 1970년대 중반, 비로소 목욕탕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욕실에 세면대보다 욕조가 먼저 사용된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에는 세면대 없이 욕조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목욕 관습때문이다. 즉, 서양인들처럼 샤워를 하기 보다는 욕조에 담긴 물을 퍼서 끼얹는 목욕 방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112쪽)

 "1970년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특히 도시에서는 가장은 직장에, 아동은 학교에 나가고, 주부는 가사를 돌보는 식으로 가족들의 일상의 행위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저녁시간 가장이 집에 돌아온 후 온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산업화 시대 핵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거실에 입식 가구가 놓여지고, 이때부터 TV는 안방이 아닌 거실에 설치되었으며, 이로써 거실은 본격적인 가족의 화복과 단란을 위한 장소로 정착했다."(63쪽)

 저자는 "본래 집은 우리에게 따뜻함과 안정감을 주는 존재지만, 때로는 집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집은 항상 멀리 있기만 한 것으로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안팎의 팍팍한 풍경에 좌절하면서 또 다른 '집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우리 모두는 집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집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이며, 우리의 삶의 모습을 말해준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은 개인의 안식처이고 자산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집은 우리의 이웃 환경과 도시 문화를 만들며 '사는 세상'을 이루는 공공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이런 이상적인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날의 집은 산업화 과정에서 있었던 극단적인 불평등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에서 집과 그 공간들에서 벌어지는 생활의 모습, 심지어는 일상과 문화가 모두 상업화의 우산 아래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의 이웃과 공동체를 그리워하고, 과거의 집에 대한 환상과 향수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낭만일 뿐이며, 과거의 집은 결코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다만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368쪽, 2만원, 돌베개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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