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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주문도 대신 해드려요"…매일 장애인 2000명 손발 돼주는 수화통역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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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4-20 14:01:49  |  수정 2016-12-28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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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19일 손말이음센터 수화통역사가 언어장애인인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 제3자인 비장애인에게 말로 전달하는 수화통역서비스를 하고 있다. 손말이음센터에서는 총 37명의 수화통역사들이 일하고 있다. secret@newsis.com (사진=손말이음센터 제공) 2016.04.20.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 …, …" 울리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런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무언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기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온 몸으로 상대방과 대화한다.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건 직원은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는 것으로 업무를 마무리 한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청각·언어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수화통역사 서영(41)씨다. 서씨에게 전화를 건 고객은 자장면을 대신 주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고객은 수화로만 대화가 가능한 언어장애인이었다.

 제3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손말이음센터(107번)를 찾았다. 손말이음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 소속으로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손으로 하는 말과 내용을 중간에서 소통하도록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손말이음센터라고 이름 지어졌다. 서씨가 센터장이다.

 손말이음센터는 지난 2005 처음 문을 열었지만 아직도 비장애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이곳에서는 수화통역사 37명이 1년 내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전화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청각·언어 장애인의 애로사항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이 수화통역사에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영상이나 문자로 전달하면 이를 접수한 중계사가 대신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센터로는 하루 평균 2000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대부분이 음식배달 주문, 홈쇼핑 주문, 은행 업무 처리, 구직 문의 같은 어찌보면 사소한 내용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들 통역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국내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인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27만6000명이 살고 있다. 이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통역사 가운데는 가족 중 장애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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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19일 손말이음센터 수화통역사가 언어장애인인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 제3자인 비장애인에게 수화통역서비스를 하고 있다. secret@newsis.com (사진=손말이음센터 제공) 2016.04.20.
 서 센터장은 올해로 만 10년을 이곳에서 일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그는 "여자 농아인이 비장애인인 남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애교를 대신 전달해달라는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 때는 '나' 라는 존재를 지우고, 오직 여자친구로서 수화로 전달받은 사랑 고백을 대신 옮겼다"고 했다.

 손말이음센터는 지난해 어플리케이션으로도 개발되면서 한 해 이용 건 수가 70만4474건(2015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이용자가 급증했다. 이용자 대부분이 주변 도움없이 살아가기 힘든 청각·언어 장애인들이지만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비장애인들도 적지 않다.

 서 센터장은 언제 전화가 가장 몰리냐는 질문에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날 전화가 많이 온다. 주말동안 하지 못한 은행업무나 쇼핑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그 외에는 연말연시 주변인들에게 인사를 전하려는 연락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인 우리와 똑같다"고 강조했다.

 서 센터장은 "107번 이용에 어떤 제약은 없다. 불법을 제외한 어떤 목적이든, 어떤 내용이든 중계를 한다"며 "고객이 어떤 업체에 클레임을 걸면서 화를 내면 우리도 똑같이 그 업체에 화를 내고, 욕을 하면 욕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 뿐"이라며 "더 많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secre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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