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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문' 中리우웨이 작품과 고별전…플라토 8월 31일 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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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4-26 18:06:26  |  수정 2016-12-28 16: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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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플라토 '지옥의 문' 앞에 2016년 신작 '파노라마'를 전시하고 포즈를 취한 중국 작가 리우웨이.ⓟ 김상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우연일까, 운명일까. '지옥의 문'앞에 거대한 중국 작품이 세워졌다.  세계 신흥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파워가 전시장에서도 과시되고 있다.

 '조각의 전설' 오귀스트 로댕 (1840~1917)도 1972년생 중국 현대미술작가 리우 웨이에 바통을 넘겨주는 듯한 모습이다.

 지옥의 문과 마주한 리우웨이의 개인전은 서울 태평로 삼성 플라토의 고별전으로 펼쳐지게됐다.

 28일 개막하는 이 전시는 플라토에서 처음으로 열린 중국 작가 전시이자, 마지막 전시다.

 지난 3월 삼성생명빌딩이 부영에 매각(6000억)되면서 플라토는 이 전시를 마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1999년 개관한 플라토는 원래 '로댕갤러리'였다.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약 100억원에 사들인 로댕의 청동조각 '지옥의 문' 7번째 에디션과 ‘칼레의 시민’ 12번째 에디션의 상설전시용 공간으로 조성됐다.  로댕갤러리는 2008년 김아타 전시를 마지막으로 3년간 문을 닫았었다. 삼성특검 여파로, 삼성의 미술관이 잠정 휴업상태였었다. 이후 2011년 5월 전시를 재개한후  플라토(PLATEAU)로 간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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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리우웨이,파노라마Panorama, 2016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 김상태
 플라토는 태평로 한복판에 위치해 직장인들과 미대생들의 '도심속의 오아시스'였다. 점심시간 삼삼오오 쇼핑하듯 작품을 감상했고, 개념적이고 독특한 현대미술전시로 미술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플라토는 "연 3만~4만명이 관람했다"며 "미술관이 폐관하게 돼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 17년간 50여 회가 넘는 국내외 작가 전시를 열어왔다.

 27일 한국기자들과 만난 리우웨이도 "전문적인 좋은 미술관이 문을 닫는다니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옥의 문'앞에 2016년 신작 '파노라마'를 세운 리우웨이는 "로댕의 '지옥의 문'에 반응한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으로 고대의 아레나에서 영감을 받은 일종의 원형극장처럼 연출했다"고 밝혔다.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국회, 정부기관등의 건축풍경을 독특한 재료로 제구성한 그는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권력 체계를 비판한다. 리우웨이는 작업 초기 미술 제도권 밖의 지하 전시와 검열을 피한 임시 전시를 위주로 활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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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리우웨이,룩! 북 Look! Book 2014. '기술책'들을 압축해 잘라 만들었다.  작가는 인간 지식의 상징이자 문명이 창조한 가장 강력한 권력의 도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책을 조형의 재료로 삼아 소재가 지니는 막대한 역사적 무게를 자연의 거대한 바위에서부터 광활한 마천루의 도시 풍경까지 다양한 형태로 실험해왔다.  이전의 ‘책 조각’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기하학적 형태들로 구성되는데, 익숙한 추상 조각보다는 잊혀진 역사의 폐허나 유물들을 연상시킨다. 제목이 언급하듯 이미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 김상태
 리우웨이는 천안문 사태 이후 성장한 2000년대 세대의 대표작가로 꼽힌다. 1996년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Post-Sense Sensibility'전시에 참여하며 전위미술 작가로 등단했다.  2011년 중국 상하이 미술관 최연소 개인전 작가로 선정됐고, 2015년 베이징 UCCA 개인전을 개최했다.

 광저우 비엔날레(2002)를 시작으로, 상하이(2004, 2010), 베니스(2005), 난징(2005), 서울국제미디어아트(2006), 리옹(2007, 2015), 부산(2008), 샤르자(2013) 등 전세계 다수의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진 중국의 이미지에 반대해 온 리우웨이는 자기반성적 시각으로 중국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을 통해 중국의 급격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하찮은 실수' 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각작업으로, 베이징의 수많은 재개발 현장에서 버려진 건축 폐기물을 수집해 쌓아올린 정체불명의 건축물이다.

  중국의 학교나 병원 같은 공공기관 건물에 전형적으로 쓰이는 녹색 주조의 문짝과 창틀을 기이하게 이어 붙여 상상의 도시를 구축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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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거주하는 베이징의 수많은 재개발 현장에서 수집한 건축 폐기물을 재료로 쌓아올린 기이한 건축물이다. 플라토 천장을 치를듯 거대하게 섯은 '하찮은 실수'가 들어찼다.
 시대와 국적을 알 수 없는 양식과 시간성이 혼재하는 이 '유사-기념비'들은 파괴와 재건축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외관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소멸되고 재편되는 역사와 기억, 가치관과 믿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게 한다.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드러내고 있다.

 리우웨이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그게 내 작업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대면하는 지식인의 콤플렉스와 자부심의 진지한 반영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중국적 이국주의를 표방하지 않고도 중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화제가 되며 당시 신진작가였던 리우웨이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했던 '풍경처럼(Looks Like a Landscape)'도 선보인다.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의 참여작가로 초대된 리우웨이는 실제 화물열차를 활용한 대규모 설치작품을 제안했지만 주최측의 반대로 출품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작가는 주최측의 권유에 따라 작품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수정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제안하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그가 출품한 '풍경처럼'은 전통적인 중국의 산수화로 보여 주최측의 환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풍경이 아닌 벌거벗은 인체의 둔부를 찍은 흑백사진이다.

 “예술의 정치성이 꼭 정치적으로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리우웨이는 반정치나반상업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불명확하고 무심한 가운데 중국의 현실에 대한 비평과 풍자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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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리우웨이, 풍경처럼. 중국의 산수화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풍경이 아닌 벌거벗은 인체의 둔부를 찍은 흑백사진이다.  ⓟ 김상태
 동시대의 보편적인 도시화 문제를 중국 작가만의 고유한 시각과 스케일로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중국의 차세대 대표작가를 통해 중국 현대 사회와 중국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플라토는 폐관을 앞둔 마지막 전시인 만큼 그간의 성원에 보답하기위해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로댕의 '지옥의 문'이 어디로 갈지 주목되고 있다. 플라토는 "아직 결정된 곳이 없다. 당분간 수장고에서 휴식기를 가질 것 같다"고 전했다. 8월 14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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