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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양위, 아베 개헌 저지위한 '마지막 육탄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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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7-15 11:59:03  |  수정 2016-12-28 17: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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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올 1월 사진으로,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이 왕세자 나루히토와 함께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13일 일왕이 생전 선위 의사를 표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올해 27년 재위에 있다. 2016. 7. 1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아키히토(明仁·82) 일왕의 양위 표명은 아베 정권의 개헌 움직임을 막기 위한 마지막 육탄저항이라는 해석이 일본 네티즌 및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왕이 건강상의 이유로 양위(왕이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것)할 의사가 있다고 NHK는 지난 13일 궁내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첫 보도했다.이후 일본 주요 언론들은 올해 82세로 고령인 국왕이 건강상의 이유로 생전퇴위를 희망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인터넷 매체인 빅글로브(BIGLOBE)는 14일자 보도에서 "국왕의 생전 퇴위 의지 표명은 아베 정권의 개헌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다"고 평가했다.

 빅글로브는 현재 왕실법은 국왕이 공무에 지장이 있을 경우 섭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단순히 건강상의 이유로 생전퇴위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왕실법은 생전퇴위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왕이 양위를 하기 위해서는 왕실법을 개정해야 한다.  

 빅글로브는 궁내청 관계자들이 국왕의 생전 퇴위 의사표명을 아베 정권의 개헌 움직임에 대한 육탄저항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그러면서 일본 최대의 극우단체인 '일본회의'가 아베 정권의 개헌 추진 뒤에 있다고 지목했다. 일본회의는 제국 헌법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889년에 제정된 일본 제국 헌법은 패전 후인 1946년 제정된 현행 헌법인 '일본국헌법'과 큰 차이가 있다. 

 옛 헌법 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행 헌법은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그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반한다"고 적어 천황(일왕)의 지위를 '상징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집권 자민당은 2012년 4월 헌법 개정안 초안을 내놨는데, 초안에서는 일왕의 지위를 '일본의 상징'에서 '원수(元首)'(1조)로 바꾸고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정한 9조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아베 신조 총리가 목표로 하는 개헌은 일왕을 신격화 했던 옛 일본 헌법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의 '생전 퇴위'의사는 스스로 '국가 원수'로 돌아가지 않고 '상징적인 존재'로 남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옛 일본 헌법 사상과 전면 대립되는 것이다. 

 사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에도 시대(1603~1867년까지의 봉건시대) 후기까지는 종종 이뤄졌지만, 메이지 시대(1868~1912년)가 되면서 일본 제국 헌법과 왕실법이 일왕을 살아있는 신으로 만들어 생전퇴위를 부정하고 종신제로 만들었다.

 아베 정권이 일왕을 원수로 격상 시키려는 개헌 움직임에, 아키히토 일왕이 옛 일본 헌법의 잔재인 종신제를 뒤엎기 위해 '생전 퇴위'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빅글로브의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생전에 퇴위한다는 것은 "일왕도 국가의 관리직, 즉 직무에 불과하니 시기가 오면 퇴위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그간 아베 정권의 개헌 및 우경화 움직임에 위기감을 나타내며 호헌 발언을 해왔다. 2013년 생일 무렵 기자회견에서 "80년의 인생을 되돌아볼 때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후 연합군 점령 아래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헌법을 만들어 여러 개혁을 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살리고 또한 개선하기 위해서 당시의 우리 국민들이 한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 또 당시 지일파인 미국인의 협력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본 헌법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지일파인 미국인의 협력"을 언급하며 현 일본 헌법을 '미국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우익의 비판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일본 인터넷 매체인 '일간 현대'는14일자 보도에서 일왕이 생전 퇴위 의사를 위한 왕실법 개정에는 적어도 1~2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아베 정권의 개헌보다 왕실법 개정이 우선시되면서 개헌 논의가 뒷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5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일왕의 생전 퇴위를 위한 왕실법 개정을 위해 지난 6월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 부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극비 전단팀을 설치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전문가 회의도 발족해 왕실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으로 이르면 올해 12월23일 일왕 생일까지 핵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교도는 전했다.

 그러나 빅글로브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과연 '생전 퇴위'를 위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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