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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성애 부성애로 형상화한 '빈둥지증후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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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7-18 11:54:13  |  수정 2016-12-28 17: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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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어머니'(사진=국립극단)
■ 연극 박근형 '아버지' 윤소정'어머니' 같은 작가· 다른 풍경· 한 이야기 독특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랑스의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연극 '어머니'(2010)와 '아버지'(2012)는 현대사회 노령화의 사회·심리적 병인을 세밀하게 파헤친다.

 국립극단(예술감독)이 두 작품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빈둥지증후군, 우울증, 치매 등이 관점의 변화·분열 등을 통해 모던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원로배우 윤소정·박근형의 노련한 연기와 이병훈(청강문화산업대 교수)·박정희(극단 풍경 대표)의 세심한 연출 덕분이다.

 두 작품은 명동예술극장에 번갈아가며 올라가고 있는데 같은 작가, 다른 풍경, 한 무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연극 미학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윤소정·박근형, 연극은 배우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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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아버지'(사진=국립극단)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 작품의 주연인 윤소정과 박근형의 연기에 기댄다. 칠순을 넘긴 두 배우는 90분 안팎의 러닝타임동안 무대를 책임지며 이 시대 어머니·아버지 상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윤소정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어머니 '안느'로 완벽 변신했다. 젊은 여자가 생긴 남편,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는 아들로 공허함을 느끼는데 윤소정의 허무한 눈빛은 압도적이다. 안느의 착잡하고 복잡한 심정이 객석까지 전해진다.

 박근형은 치매로 인해 원치 않게 지킬앤하이드가 돼가는 앙드레의 옷을 제대로 입는다. 영화 '장수상회'에서도 치매를 앓은 '성칠'을 연기한 그의 치매 노인 연기는 신사다움을 잃지 않은 단정함으로, 정신이 분열될 때의 진동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버지'에서는 엔지니어였으나 젊은 여성에게 자신을 전직 탭댄서로 소개하는 앙드레의 해맑음을 더했다.  

 ◇사회적 현상의 세련된 성찰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칫 현상만 나열할 수 있는 사회적 병인을 유려하게 성찰한다. 일종의 심리 스릴러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극적 구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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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어머니'(사진=국립극단)
 시간을 퍼즐처럼 쪼개놓은 영화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젤레르는 연극에서 가능한 시간·기억의 변주를 구현해낸다.

 '어머니'는 같은 장면을 다르게 변주한다. 자기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에 시달리는 안느가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잔인하게 여기는 장면을 보통 장면과 함께 한번 더 보여준다. 병적인 믿음이 점점 붕괴돼 상실감과 의심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포착하는 셈이다.

 '아버지'에서는 딸 안느를 김정은과 간호사 역도 맡는 우정원, 안느의 동거남인 피에르를 최광일과 의사 역도 맡는 이동준이 번갈아 연기하는데 이는 앙드레의 혼돈스런 기억을 상징한다.  

 다소 복잡할 수 있는 두 작품의 이런 구성은 추상적인 정신 분열에 물성을 더하며 관객들의 심리에 효과적으로 접근한다.   

 ◇한 무대를 쓰는 두 작품의 교차공연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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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아버지'(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프랑스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의 터울을 두고 공연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같은 기간 명동예술극장에서 번갈아가며 올리고 있다. 요일마다 다른 공연이 올라간다. 주말(토·일요일)에는 낮에 '어머니', 저녁에는 '아버지'를 올리는 식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지만 노년들의 마음·정신적인 병은 한 궤도에 있으니 두 작품의 성향은 한다. 두 작품이 각자 그리는 풍경화는 결국 모두가 공감하는 세밀화로 바뀐다.

 2013년 국립극장이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국립무용단 '춤, 춘향'을 해오름극장에서 교차 공연한 바 있으나 연극계에서는 이례적이다. 김 예술감독은 "고통 받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대위법적으로 나란히 쓰여진 듯하다"며 두 작품을 동 기간에 선보인 이유를 밝혔다.  

 무대도 말없는 대사다.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모던한 집을 세워 텅 비워가는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을 형상화했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의 작품이다.

 바깥에 있던 인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조명으로 인해 그림자가 왜곡되는 '어머니'는 안느의 심리적 압박감, 암전마다 특정한 공간을 얇게 비추는 조명으로 일상의 흔적을 조금식 흐리게 만드는 '아버지'는 앙드레의 심리적 조금합을 대변한다. 8월14일까지.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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