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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부인만이 아는 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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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8-10 15:13:30  |  수정 2016-12-28 17: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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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영, 부인상, 17x11x25cm, 나무, 1950년대 초
■ 김종영미술관 '조각가의 아내'전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모델도 많이 했는데 전신이 막 뒤틀려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거든요. “조금만”, “조금만”, “오옳지” 그러데요. 애기 다루듯이. 이 그림도 지금으로부터 사십사년 됐습니다. 우리 큰아이 아들아이가 마흔너인데 그 아이 가졌을 적에 그때 전신이 아퍼 죽겄는데 모델서라고 “내 예쁘구러 그릴께” 그래놓고 그리셨지요. 여러장 있어요. 그래 늙어서도 “정년 퇴직하고 나면 모델 해줄래?” 해서 한다고 했는데 어쨰어쨰 정년 퇴직 하고 획 떠나셨어요."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의 아내 이효영(95)여사도 그땐 몰랐다. "예쁘구러 그릴께"했던 남편의 말이 '사랑해'였다는 것을.

 예술가로서 최고의 사랑 표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 즉 조각가로서 아내를 작품으로 남기는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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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영미술관, 조각가의 아내展
 그가 떠난지 34년. 그 사랑이 오롯이 전시장에 내보여졌다. 김종영 조각가가 아내를 모델로 한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다.

 김종영미술관에서 '조각가의 아내'전으로 마련된 전시는 부인상과 드로잉,회화, 그가 생전에 보내었던 친필 편지와 사진자료들을 모아 편년으로 선보인다.

 조각가인 남편이 속 깊이 품고 있었던 아내에 대한 점잖은 사랑과 그의 아내 이효영 여사가 가지고 있었던 예술가 남편에 대한 존경어린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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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창원생가 앞에서 김종영 이효영 부부. 김종영 조각가는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것 외에 평생을 온전히 예술가로서 또 조각품을 창조하는 조각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특히, 김종영은 평소 별다른 대외활동도 즐겨하지 않았으며 오롯이 작품만 제작하는 삶을 지내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생전에 학교 와 집만을 오가시는 모습이 마치 시계추와 같았다고 알려졌다.
 김종영은 아내를 모델로 수 많은 드로잉을 남기고 돌, 나무 등을 이용한 아내의 두상을 제작했다. 근, 현대 조각가 중에 김종영만큼 아내를 모델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긴 작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많은 양의 작품 수는 그가 품었던 아내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과 비례할 것이며, 이것은 추후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으로 동질화 되어 작품에 반영된다.

 김종영의 사랑은 작품같았다. 아내에 대한 화려한 사랑 노래라던지 드라마틱한 사건을 남겼다기 보다는 늘 한발짝 물러나 있는 자세로 아내를 보살폈고 작업에 있어서 한터치씩 묵묵히 아내를 모델로 작품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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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영, 부인상, 35x42cm, 종이에 콘테, 1955.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함이나 정교한 세공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표현은 간략하면서도 내용은 풍부한’ 작품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너무하다 싶은 그림도 있다. '예쁘구러 그릴께'라는 말과 달리 볼이 터질듯한 옆모습과, 둥글넓적 시골아줌마처럼 그린 모습이다. 급한 성격이었다면 벌써 없애버릴 그림이지만, 이런 그림, 저런 그림 모두 모아놓은 이 여사의 느긋하고 대범한 품성을 엿보이게 한다.

 "우리네 부부라는 기 그런거예요. 은연중에 마 그릏게 살아나왔어요. 난 사랑 받을라고는 생각 안허고, 내 사랑 다 내줬어요. 내 있는 대로, 내 나름대로. 그래 살았어요."(이효영 여사)

 조각가 김종영이 추상조각의 선구자의 자리에 서기 까지 얼마나 많은 아내의 노력과 믿음이 함께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다. 조각가의 아내라면, 조각가와 썸타거나, 열애중이라면 찾아볼 만하다. 11월 16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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