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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배, 이순재와 더블캐스팅된 40주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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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8-26 16:17:36  |  수정 2016-12-28 17: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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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사랑별곡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고인배가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극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26  tu1889@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고인배(62)의 오른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미스터리한 인무 ‘이중호’를 맡아 출연 중인 연극 ‘그놈을 잡아라’(28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 속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넘어지면서 오른 엄지손가락에 금이 갔다.

 다친 지 2주가 지났건만 여전히 붕대를 풀지 않고 있다. 상태가 좋아졌으나 완전히 낫기 위해 덥지만 참고 있다. 9월4일~10월1일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사랑별곡’(연출 구태환·극작 장윤진)에서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다. 이 연극에서 70대 노인을 연기하는 그의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쥐어야 한다.

 최근 은평구 극단 수 연습실에서 만난 고인배는 ‘노장투혼’이라는 수식에 “관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며 싱글벙글한다. 고인배는 ‘노년계의 아이돌’ 이순재·손숙이 캐스팅돼 주목 받는 ‘사랑별곡’을 맨 처음 알린 주인공이다. 2010년 ‘마누래 꽃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초연했을 당시 주역 박씨를 연기했다. 노년의 사랑, 그리움 등을 잔잔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장터 골목에 검은 우산 하나를 세우고 나물을 파는 ‘순자’와 그런 아내를 위해 민들레 꽃을 따는 박씨, 순자가 한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김씨’의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순자가 박씨와 김씨에 대해 가진 죄책감을 가슴 아프면서도 따듯하게 그린다. 2014년 ‘사랑별곡’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6년 만에 이 연극에 돌아오는 고인배는 이순재와 번갈아 가며 박씨를 연기한다. “초연 때는 50대 말이었어요. 지금은 60대라 본래 70대로 설정된 배역에 더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젊으니까 감정을 증폭시켜서 연기했거든요. 이번에는 좀 더 절제해서 담백한 박씨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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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사랑별곡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고인배가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극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26  tu1889@newsis.com
 박씨는 순자에게 무뚝뚝하다. 자신보다 김씨를 더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원망, 아쉬움 그리고 미안함 등이 똘똘 뭉친 결과다. 애정 표현을 잘 못 하는 건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다. “아버지 모습이 많이 생각나요. 우리 이웃네 아버지들도요. 안에 애정이 숨겨져 있지만, 겉으로 표현은 못 하시고 툴툴대는 모습, 점차 공감이 가더라고요.”

 박씨의 성격은 다혈질인데 고인배의 본래 성격은 다정다감하다. “묘한 쾌감을 느껴요. 내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느끼고요. 아내가 초연 때 봤는데 있을 때 잘하라고 했죠. 하하.”  

 고인배는 현재 연극계 빠질 수 없는 원로가 됐지만 본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시내에서 살며 당시 있던 극장 6개를 섭렵하고 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주일에 영화 7편씩 봤어요. 의사인 아버지 따라 한때 의대 진학도 생각해봤지만 영화를 하고 싶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했죠.”  

 그가 연극 연기로 방향을 틀게 된 건 당시 이해랑 등 동국대에 교수로 재직했던 연극계 거장들 영향이다. “1학년 때 실습으로 공연했는데 정말 매력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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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사랑별곡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고인배가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극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26  tu1889@newsis.com
 1976년 졸업 공연으로 국립극장에서 ‘갈매기’에 출연한 그는 같은 해 한국 공연계 역사를 만들어온 현대극장의 창립 작품인 이오네스코의 ‘맥베드’에 단역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배우들 사이에서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은 그는 1980년대 초 서울시립가무단(현재 서울시뮤지컬단)에 특채 단원으로 입단하기도 했다.

 고인배는 1970년대가 연극의 부흥기라고 했다. “당시 이호재, 전무송 선배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때에요. 연극배우에 대해 가난하다는 인식도 없었고요.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였죠. 저 역시 대학교 1학년 때 본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지금까지 최고 작품입니다.”

 영화 ‘이끼’(2010)의 교도소장, 2010년대 초 중장년 배우들이 대거 뭉쳐 대학로에서 화제가 된 연극 ‘레 미제라블’ 등으로 관심을 끈 고인배는 특히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처럼 활약 중이다. 올해 초 기주봉(61), 김지숙(60) 등 또래 중견 배우들과 함께 이윤택 연희단 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한 ‘바냐 아저씨’에 출연하기도 했다.  

 “‘바냐아저씨’ 할 때는 주변에서 ‘개성파들이 만나서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있겠냐’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젊었을 때는 다들 불꽃 튀게 연기를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들 배려하는 마음들이 커서 문제가 전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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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사랑별곡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고인배가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극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26  tu1889@newsis.com
 ‘사랑별곡’ 등 연극무대에서 중장년 배우들의 활약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같은 현상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호서예전에서 학생들에게 연기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물론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들이 필요하겠지만 노역도 젊은 배우들이 하면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조화가 필요하죠”라고 짚었다.  

 고인배는 영화평론가 직함도 가지고 있다. 영화광으로 각종 희귀본을 보유한 그는 1990년대 초반 스포츠조선, 조선일보에 기명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다양한 재주를 지녔지만,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연극이 기반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인은 축복받은 편이라고 했다. “다행히 영화 글도 썼고, CF도 몇 편 출연해서 다른 배우들보다 덜 힘들었죠. 몇몇 후배들이 제가 롤모델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감사함이 크다”는 마음이다.  

 앞으로는 실버 극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중장년 배우들의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필력 역시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영화평을 모아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거절해왔지만 “‘한국연극’에 연재한 ‘영화 속 연극 읽기’는 엮어서 내고 싶다”고 했다. “희곡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분석했는데 많은 연극인과 함께 공부가 될 것 같아서요.” 40년 연극을 해온 이 배우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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