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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니요, 오직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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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1-12-11 15:40:50  |  수정 2016-12-27 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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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소설가 나혜석(1896~1948)은 한국 여성 중 미술을 전공한 첫 유학생이다. 진보적이었던 그녀는 1930년 이혼 당한 뒤 1939년 자신의 결혼과 이혼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혼 고백장'을 발표했다. 남성중심 사회에 대한 항거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러나 나혜석의 고백을 읽고 오히려 더 그녀를 비난했다. 항일시인 최승구와의 연애와 사랑에 당당해하는 모습, 김우영과 결혼 뒤 간 신혼여행 중에서도 애인의 무덤에 비석을 세우는 등의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혜석이 이 글을 쓴 이유는 개인적인 결혼사가 개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조선 여성의 현실이라는 자각 때문이었다. 이혼 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지만 나혜석은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 갈 길은 내가 찾아 얻어야 한다"는 결심을 잊지 않는 것이다.

 조선의 유식계급 남자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그들의 2중적인 정조관념에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니요, 오직 취미"라고 반발하기도 한다.

 한국문학과 서양문학, 동양문학 학자들이 모인 열린문학연구회가 '그녀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했다'를 펴냈다. '불꽃처럼 살다간 12인의 여성작가들'이라는 부제에서 엿보듯 나혜석을 비롯해 레즈비언의 기원으로 통하는 그리스 시인 사포와 한국의 시인 황진이,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등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세상에 도전한 12인의 여성 작가들을 다뤘다.

 황진이는 기생이었지만 양반들과 친구로서 교제하며 당당히 자신을 드러냈다. 프랑스 낭만 시인 뮈세와 폴란드의 작곡가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의 애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최초로 이혼소송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되찾은 여성이다.

 일본 화가 히구치 이치요는 가부장적인 일본사회에서 최초로 여성 직업작가가 돼 지금까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은 빅토리아 시대에 유부남과 동거하며 스캔들을 일으켰으며 중국의 작가 딩링은 혁명투사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죽을 때까지 문학에 대한 열정은 꺾지않았다.

 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 전 회장인 연점숙 경희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글쓰기는 '감히, 여자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나혜석 등 이 책에 소개된, 사회 관습이나 편견에 도전적이었던 여성들에게는 남성사회가 칠해놓은 부정적 이미지들이 덧씌워져 있다"며 "여성들이 사회적 위상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상승된 지금, 사회적 변혁의 씨앗이 돼 준 여성 문인들의 삶을 되짚어보는 작업은 대단히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권오숙 외 10인 지음, 372쪽, 1만8000원, 한길사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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