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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 '벌금형 약식명령'불복 정식재판 청구 남발… 이유는?…::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피고인들 '벌금형 약식명령'불복 정식재판 청구 남발… 이유는?…
등록 일시 [2012-07-09 05:00:00]
【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1. 임산부인 장모(31·여)씨는 지난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씨는 임신 후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혹시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먹는 것부터 보는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장씨는 지하철역에서 80대 노인에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다른 누구보다 보호 받아야할 임산부였지만 이 노인은 아무런 이유없이 정씨에게 손찌검을 했다.

지난해 9월2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역에서 서모(80)씨가 느닷없이 장씨의 오른쪽 가슴을 손으로 때렸다. 장씨는 순간 혹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라도 미치지 않았을까 가슴을 졸여야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붙잡힌 서씨는 임산부를 폭행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5월26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서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 영업사원 정모(38)씨는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 주먹다짐을 했다. 지난해 7월2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공원 정자에서 지인 김모(42)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술자리를 마치고 막 나오던 길에 술에 취한 정씨는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김씨와 말싸움을 벌였다. 이들 사이에 욕설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어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으로 번졌다. 발끈한 정씨는 자신보다 4살이나 많은 김씨를 길바닥에 넘어뜨리고 주먹을 수차례 휘둘렀다.

사소한 문제로 시비를 벌인 정씨는 결국 유치장 신세를 져야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2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지방법원이 관할 사건에 대해 검사의 청구가 있을 때 공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몰수형을 부과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가벼운 범죄에 있어서 공개재판에 대한 피고인의 사회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형사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약식명령의 형이 너무 과하다거나 억울할 경우 형사소송법 제453조에 따라 정식재판을 청구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다.

하지만 문제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벌금 납부를 무기한 지연하는 등의 악용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사법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국의 약식명령 처리는 88만3236건으로 그 중 정식재판 청구는 8만8792건이다. 약식명령의 10% 가량이 정식재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약식명령에서 정식재판이 청구된 건이 12.8%로 증가했다. 올해도 5월까지 14.6%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사이 약식명령 중 정식재판 청구가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피고인들이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를 남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에 관해서는 상(上)소심이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 때문이다. 정식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약식재판에서 받은 형 이상을 선고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재판 기간 불법 영업을 통해 고수익을 얻는 등 정작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진 피고인들의 정식재판 청구가 남발돼 사건 처리기간도 그만큼 길어져 정작 정식재판을 받을 권리가 필요한 피고인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심지어 벌금 30만원 재판에 국선변호사 선임과 2~3명의 증인 출석으로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은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약식명령을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원 관계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정식재판 청구가 남발되다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약식명령은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식재판 청구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악용하는 사례가 줄어들면 사법 경제가 효율적으로 배분돼 각 사건마다 심도있는 재판으로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당시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규정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mufpiw@newsis.com


▶ 강용구 박사, ‘키’는 노력으로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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