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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재완화 언급 자제…북미회담 중재 주력  文대통령, 미·중·러 연쇄회담서 각국 비핵화 역할론 강조…'조용한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5박6일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간 외교행보의 콘셉트는 '로우키(low-key)'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APEC 등 다자외교 속에서도 미국·중국·러시아 3국과의 별도 양자 회담을 통한 숨가쁜 정상외교를 마무리한 뒤 18일(현지시각)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5박6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한반도 주변 4강(强)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미국·중국·러시아와의 연쇄 정상급 대화에 나선 것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안정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는 한 달 전 유럽 순방에서 강조했던 '조건부 제재 완화론'을 거듭 공론화하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미·중·러의 각자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공개적인 이견 노출을 자제하면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 리스트 신고·검증과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의 치열한 샅바싸움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중재자'와 '촉진자'라는 문 대통령의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14일 이뤄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처음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보다는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위한 러시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이 조금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목소리와도 사뭇 대조적이다. 평소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우회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포괄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면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한반도 상황에 대한 생각과 평가를 교환하는 솔직한 자리"라고만 소개했다.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더욱 신중함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한미 공조를 강조하면서 곧있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만을 나타내는 수준으로 마무리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었다"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남북관계와 또 북미관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대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거론하긴 했지만 최대한의 압박이나 대북제재 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했다. 펜스 부통령은 "CVID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에서 진전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계속 노력하겠다"며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만나는 정상들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단 북미 정상간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분수령될 것으로 보고 성사 때까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세 차례의 중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진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동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한중 두 정상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두 정상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토록 직접적인 대북 제재 완화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한미 공조 토대 위에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강조한 것은 현실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인식의 벽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가는 자칫, 북미 간 물밑협상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의 판단에 맡기면서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해 달라는 간접적인 중재자 역할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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