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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죽음 부르는 '계절병', 예방이 최선

지난 4일 오후 3시30분께 제주 제주시 아라동 한 식당에서 조경 작업을 하던 인부 고모(50)씨가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던 중 갑자기 경련 증세를 보였다. 병원으로 후송된 고씨는 열사병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5일 결국 숨졌다. 이는 올 들어 제주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 4명 중 첫 번째 사망 사례로 앞으로 여름이 깊어갈수록 온열 질환자가 속출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최근 지구 온난화 여파로 여름은 과거의 6월보다 앞서 5월 하순부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년과 비교해 여름철 기온이 1.2도 높았다. 폭염일수도 12일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올해 더 심해져 기상청은 지난 6월23일 발표한 6~8월 장기 기상예보에서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 덥고,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강수량이 줄고, 더운 날이 늘어나면서 일사병, 열사병, 열경련 등 ‘온열 질환’을 앓는 사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에서 온열 질환자는 총 5910명이 발생해 58명이 숨졌다. 월별로 보면 7월 2231명, 8월 329명 등 7∼8월(5260명)에 집중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56%(3328명)를 차지했다. 이 중 43%(2597명)는 야외작업이나 농사일을 하던 중 온열 질환에 걸렸다. 결국 고씨의 비극도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온열 질환, 식중독, 일본 뇌염 덩달아 ‘식중독’ 발생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강우량이 아무리 줄었다고 해도 여름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환경 아래에서는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장염 비브리오 등 세균 증식이 촉진되는 탓이다. 지난 6월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여름철인 6~8월 식중독 발생 건수(괄호 안은 환자 수)는 2013년 65건(1693명)에서 2014년 112건(2868명)으로 늘어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영향을 받아 개인위생이 철저해진 덕에 96건(3008명)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120건(3429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모기 등 각종 곤충 유발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뇌염’이다. 매개체인 작은 빨간집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나 일부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 다시 감염을 일으킨다. 올해는 7월 초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작은 물 웅덩이는 물론 저수지까지 말라버리면서 모기가 좀처럼 번식하지 못 했으나 최근 장마로 모기가 창궐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욱 조심할 필요성이 대두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렸다 해서 모든 사람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중 약 95%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1주일가량 열을 동반하는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 낫는다. 그러나 약 5% 정도가 치명적인 급성 신경계 증상으로 발전한다. 이 중 약 20~30%는 결국 사망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어린이가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일본뇌염 환자의 평균 연령이 54.6세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국가예방접종 무료 시행에 따라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보건소와 전국 7000여 지정 의료기관에서 일본 뇌염 무료 접종을 하는 등 관심이 큰 것과 달리 고령 인구는 그만큼 관심권 밖에 있는 탓으로 보인다. 진드기 매개 질병도 야외 활동이 많은 여름에 더욱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다. 주로 매년 4~11월 참진드기에 물려 고열과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2013년 이후 환자가 339명이 발생해 73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예방이 필수다. 특히 50대 이상의 농·임업종사자 중 감염자가 많은데 반소매 상의, 반바지 차림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는 누구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철 안 질환, 아폴로 눈병뿐? 여름철에는 ‘안 질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일단 각종 바이러스성 눈병을 꼽을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 ‘급성출혈성결막염’ 등이다. 오염된 물에 눈이 직접 접촉하는 경우, 오염된 손으로 눈을 만지는 경우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요즘은 수영장 외에도 공원 바닥분수에서 더위를 식히는 어린이가 많아지면서 이를 통해서도 쉽게 감염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안과 감염병 표본감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인구 1000명당 유행성 눈병 환자 수는 0~6살(149명)이 가장 많았고, 7~19살(75.1명), 20살 이상(23.9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성인은 주로 눈에 관련된 증상이 나타났지만, 유·소아는 고열, 목의 통증 등을 동반해 더욱 고통을 줬다. 여름철 안 질환은 또 있다. 점점 강해지는 자외선 유발 질병들이다. ‘백내장’ ‘황반변성’ ‘검열반’ ‘익상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백내장은 흔히 노인성 안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운전, 운동 등 자외선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40~50대 발병률도 치솟는 추세다. 건강평가심사원에 따르면 40대 백내장 환자는 2012년 3만7224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2962명(15.4%↑), 50대 환자는 14만3862명에서 18만944명(26%↑)으로 증가하는 등 지난 4년간 40~50대 백내장 환자 증가율은 23%에 달했다. ◇외국 여행 가서 걸리는 질병 지난 6월10일 태국을 여행하고 귀국한 여성 A씨(31). 이튿날인 6월11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그는 6월14일 전남 여수시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6월15일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외국 여행을 가는 사람이 급증하는 만큼 풍토병 등 해외에서 유행하는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5년 감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해외유입 감염병은 2011년 357명에서 2015년 491명으로 4년 새 37.5%가 증가했다. 가장 많은 질환은 ‘뎅기열’(52%)이었고, '말라리아'(14%), '세균성 이질' 'A형 간염'(각 5%), '장티푸스'(4%) 순이었다. 해외 유입 감염병 대부분은 아시아(84%)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예방약이 없는 데다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위험성이 커 더욱 주목받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해 3월 이후 국내에서 21명이 발생했다. 역학 조사 결과 이 중 16명(76%)이 동남아(필리핀 8명, 베트남 4명, 태국 3명, 몰디브 1명)를 여행하다 감염됐다. 나머지 5명(24%)은 중남미(브라질, 도미니카(공), 과테말라, 푸에르토리코, 볼리비아 각 1명)를 찾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가 14명(67%), 여자 7명(33%)인데 다행히 임신부는 없었다. 연령대는 20대 7명, 30대 8명, 40대 3명, 50대 2명, 60대 1명으로 30대 감염자가 가장 많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신동귀 박사는 "여름철 질환은 대부분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예방을 제대로 하면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며 "특히 여름철 건강 상식을 숙지해 활용하는 것도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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