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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③도요타 자동차

등록 2016.01.06 07:59:41수정 2016.12.28 16: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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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지난 2009년 8월,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도요타의 렉서스 차량에 타고 가던 일가족 4명이 브레이크 고장으로 숨지는 끔직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술적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던 도요타 자동차는 사고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된 911녹취록이 공개된 후 뒤늦게 리콜에 나섰다. 그러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린 뒤였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이 사건으로 사장 취임 약반년 만인 2010년 2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소환됐다. 그는 8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도요타가 1937년 창업 후 처음으로 세계 판매대수 1위에 올라선 시점이었다. 그런 토요타에게 일본도 아닌, 미국 의회 청문회에 사장이 소환돼 머리를 조아린 사건은 씻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미국 방송 매체들은 또다른 렉서스를 몰다가 브레이크 고장을 겪었던 운전자가 당시 공포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도요타가 '악역' 취급을 받았다"며 "미국이 자국차를 팔기 위해 언론과 결탁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었던 도요타는 이 사건이 촉발한 대량 리콜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대규모 과잉생산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2010년도에 461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더 이상 회생할 수 없을 듯 보였다.

 도요타는 2010년 2월까지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서 1200만대 이상을 리콜했다. 이는 2009년 일본 내 판매 대수(1375만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당시 도요타는 리콜 비용으로 24억 달러를 치러야 했으며 소송을 낸 소비자들에게 16억 달러를 배상했다. 미국서 급발진 리콜로 자동차 업계로서는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1000만대 이상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리콜과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리콜 발생 이후 10일이 지난 후에야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는 등 소비자 불안감이 확대된 점 등이 도요타의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해외 시장에서 연간 자동차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를 리콜하면서 도요타는 그동안 유지해온 '고품질 명차'라는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2010년 1월 도요타의 미국 내 신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 감소했다. 에이비스 버젯 등 렌터카 업체가 안전상의 이유로 도요타 차량 2만대 가량의 대여를 중지하고 엔터프라이즈홀딩 등도 도요타 중고차 판매를 중단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의 가장 큰 원인은 내적 충실보다는 외적 팽창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에 치중하다 보니 품질 관리에 누수가 생긴 것이다. 엔고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경쟁업체들에 밀려나자 무리하게 원가절감을 시도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과도한 해외 사업 확대도 한 몫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 같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인해 도요타에 대한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북미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하지만 한때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극복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서는 등 완벽하게 재기했다. 도요타는 2014년 전 세계에 1023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등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6% 늘어난 27조2345억엔,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2조7505억엔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012년 1조3208억 엔에서 2013년 2조2921억 엔, 2014년 2조7505억 엔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인 '매출원가' 비중도 2014년 기준 80.2%로 2011년 93.5%에 비해 13.3%포인트나 감소했다. 매출원가 비중이 낮을 수록 영업이익은 높다는 것을 뜻한다. 

 도요타가 폐업 위기에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선 배경에는 위기 속에서도 지켜진 '노사 화합'에 있다. 도요타는 과거 1950년 인력감축과 파업 등으로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당시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75일간이나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1962년 '노사화합' 선언을 한 이후 54년간 '무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엔저를 주축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점도 도요타가 재기를 노릴 수 있는 크나큰 기회였다. 엔저로 인해 일본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면서 국내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던 토요타에게 엔저가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수출이 늘자 도요타는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했고, 임금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회사는 다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이어졌다. 2014년 토요타는 설비투자에 1조1774억엔, 연구·개발(R&D)에 1조45억엔을 썼다. 기업의 소득증대가 투자로 이어져 경기가 부양되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도 "고공행진했던 엔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 도움이 됐다"며 "지난 20여 년 간 일본 기업들이 시가총액 360조 엔을 잃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만회됐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일본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 마다 도요타의 영업 이익이 350억엔 증가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13년부터 2년간 도요타 영업이익의 23%가 환차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요타가 재기한 핵심 요인은 엔저 효과라기 보다는 고정비용 삭감, 신흥시장 공략 등에 있다는 평가가 더 지배적이다. 닛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가 2012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엔을 돌파한 것과 관련 ▲북미·동남아 수요를 흡수한 판매 증가분 6500억 엔 ▲물류비 등 고정비용 절감 4500억 엔으로 ▲엔저에 의한 이익은 1500억 엔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도요타가 세계 1위 자리를 탈환에 성공한 데는 창의성과 적극성을 중시하는 독자적 경영방식인 '카이젠(改善·개선)' 전략을 빼 놓고 설명할 수 없다.

 도요타는 제조라인을 재조정해 불필요한 공정을 폐지하고 생산라인의 길이를 절반으로 줄여 설비와 인원을 줄이는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자동차 플랫폼과 부품을 공용화해 만들어진 부품을 세계 각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도입해 2008년 이후 연평균 3000억 엔을 절약했다.

 도요타의 강점인 하이브리드 자동차(HV)의 판매 대수 증가도 영업이익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후 지난해 상반기 전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누적 판매 대수가 800만대를 돌파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토요타는 해외공장 신축을 중단한지 3년 만인 지난해 14억 달러를 투입해 공장 증축에 나섰다. 토요타는 현재 중국과 멕시코에 공장 신축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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