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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식대 포함 최저임금보다 높으면 시급 안 올려도 된다?

등록 2016.07.06 06:50:00수정 2016.12.28 17: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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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보문로 성신여대 정문 앞에서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청년유니온,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책임 있는 논의 및 최저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는 지난 28일로 법정시한을 넘겨 4일부터 6일까지 사흘동안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6.07.05.  go2@newsis.com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태은(25)씨는 올해 초 어리둥절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편의점에서 하루 8시간을 일하는데 시급은 5580원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여기에 식대와 교통비로 매월 10만원을 더 얹어줬습니다.

 그래서 김씨의 한 달 월급은 기본 시급 116만6220원에 식대와 교통비 10만원을 더해 126만6220원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자연히 자신의 시급도 오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장의 말은 달랐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자네는 식대와 교통비를 포함하면 최저임금보다 높으니 따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겠다."

 가만히 계산해 보니 식대와 교통비 10만원을 포함한 시급은 6058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보다는 높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위 사례는 실제로 많은 PC방, 편의점 등 영세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정말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식대나 교통비, 상여금을 포함해 최저임금보다 높다면 임금을 인상하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임금 중 어느 항목에 적용되는 것일까요. 임금의 항목이 매우 세분돼 있고 다양하다 보니 헷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최저임금은 대체로 통상임금에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통상임금을 모두 합쳐 최저임금 이상이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적용=통상임금'이라는 등식이 맞지 않게 됐습니다. 식대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산입됐기 때문입니다.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는 포함됐는데 최저임금법은 따로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통상임금의 일부인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최저임금은 식대와 교통비, 상여금 등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 '매월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통상임금)'에 적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김씨 사례에 나오는 사장님은 법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에 식대와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동계는 그러면 최저임금이 오히려 하락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경영계의 이야기가 맞을 수 있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계의 우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김씨처럼 업주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주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현행법에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해도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청의 근로감독이 법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 주지 않은 임금에 대한 해소에 더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더라도 아주 악질적이지만 않고, 늦게라도 모두 지급했다면 처벌받지 않는 것이 관행입니다. 그래서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에 대해 "현재 게임의 룰은 걸렸을 때 내면 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근로감독의 '관행'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 이훈 노무사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업주를 처벌하려면 업주를 정식 고소하고 '강력하게 처벌을 희망한다'고 적는 방법이 가장 가능성이 큰 길"이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체임은 반의사불벌죄로 처리됩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방식이죠. 이 역시 체임에 대해 벌을 주는 것보다 체임 자체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이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위반은 반의사불벌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법을 어긴 것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위반했을 때 내는 돈도 행정처분인 '과태료'가 아니라 처벌인 '벌금'으로 명시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너무 너그러운 처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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