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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제 긴급진단⑥]경제5단체 "사외이사 많으면 경영성과 안 좋다"

등록 2016.06.09 07:50:00수정 2016.12.28 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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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권력기관 출신 이른 바 '방패막이' 용으로 전락 "사외이사 중 기업을 아는 사람들의 비율 적다"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규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매년 '뜨거운 감자'가 된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사외이사 풀 확대,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 제고와 발언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제도가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돼 회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권력기관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이른 바 '방패막이' 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영성과가 낮은 기업보다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사외이사제도와 기업경영성과 분석'보고서에서 사외이사 비율과 기업 경영성과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회귀분석 결과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있다.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실증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59.4%) 미만인 53개 기업의 ROA는 3.18%인 반면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59.4%) 이상인 42개 기업의 ROA는 -0.08%였다. 95개 상장사의 평균 총자산이익률은 1.8%였다.

 실제로 키스밸류(NICE 기업정보조회 서비스) 자료에서는 지배구조 우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2004~2014년)은 전체 상장사 매출액 증가율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KT&G, 유한킴벌리, S-OIL, 두산중공업, 포스코, KT 등 6개사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5.8%인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상장사(1648개사)의 증가율은 6.9%였다. 특히 등기임원 8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7명인 KT&G는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0.3%로 상장사 평균치보다 현저히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5단체 관계자 "가장 큰 문제점은 사외이사들 중 기업을 아는 사람들의 비율이 적다는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 CEO 출신 사외이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기업들은 아직 그만한 인재 풀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 혹은 대학교수 등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어도 실무적인 내용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사회의 취지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그는 "사외이사제도가 바람직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보다는 운영 측면과 문화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제도적으로 손을 댄다고 해도 그 제도를 지키는 사람들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편중된 사외이사 구성을 전문성 있는 인사들로 다양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경제5단체 관계자는 "사외이사에 대해 전공과 관련성이 없고, 학연과 지연, 정부 관료 등 특수관계에 있는 사외이사가 독식하고 있어 기업 견제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피아, 관피아 등 문제점에 대해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라는것이 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던지 오너의 독단경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불편한 진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임명되어야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기간동안 오너 및 기업에 건전한 비판을 하고 방향을 제시함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를 위한 CEO 풀은 우리 자본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기업 문화가 성숙해지면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문화적 측면에선 사회적인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 높아지는 사회적 요구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도 스스로 투명한 운영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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