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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②]녹십자…오너일가 경영권 다툼 가능성 잠복

등록 2016.06.29 06:50:00수정 2016.12.30 18: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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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최대주주 허일섭 회장 등 특수관계인 등이 40.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21명 명의의 지분은 27.92%다.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지난해 1조132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녹십자그룹은 국내 제약업계 '빅3'에 드는 중견그룹이다.

 녹십자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현 최대주주 허일섭 회장일가와 실질적 창업자 고 허영섭 전 회장 일가간의 경영권 다툼 가능성이 잠재해있다. 이같은 지배구조가 성장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돼야 할 이익금이 주주들을 회유하거나 지분 매집용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고배당으로 빠져나가 장기 성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의 지주사는 녹십자홀딩스로,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최대주주 허일섭 회장 등 특수관계인 등이 40.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21명 명의의 지분은 27.92%다.

 녹십자그룹은 '1세대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故)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자의 차남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5남 허일섭 현 회장이 함께 일군 회사다. 하지만 2009년 녹십자의 최대주주였던 허영섭 전 회장의 사망과 함께 가족간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허 전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 12.3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허 전 회장은 사망 당시 유언장에 자신의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주(액면분할 전) 중 30만주를 회사 관련 재단에, 나머지 26만주를 부인과 차남, 3남에게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장남 허성수씨를 배제한 것이다.

 허성수씨는 즉각 유언이 어머니 정인애씨에 의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른바 '모자의 난'을 일으켰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했다. 다만 유류분 청구소송을 통해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정인애씨는 고 허영섭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전량 장내매도했다. 

 이후 허성수씨는 녹십자홀딩스의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현 허일섭 회장 일가 역시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며 경영권 안정을 꾀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간의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허일섭 현 회장과 부인, 아들들의 지분은 2012년 1월 10.94%에서 2016년 6월 현재 12.58%까지 증가했다.

 고 허영섭회장의 장남 허성수씨와 부인 박혜연씨, 2남 허은철 녹십자 사장, 3남 허용준 부사장의 지분도 2012년 1월 2.86%에서 이달 5.82%까지 늘었다.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씨와 최대주주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섭씨간의 후계 경쟁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는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3세경영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씨도 비밀리에 후계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양측간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녹십자홀딩스가 수년째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는 것 역시 '불안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초에도 주주들에게 액면가의 60%인 주당 현금 300원을 배당했다. 총 배당액은 136억원으로, 이 중 60억원 가량이 허 회장과 특수관계인(42.72%)에게 돌아갔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주식매집용 실탄확보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 회유를 위해 고배당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며 "올해도 오너일가가 고배당으로 실탄을 확보한만큼 주식매집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녹십자그룹의 주식은 허영섭 전 회장 일가와 허일섭 회장 일가에게 집중돼있지만, 1남 허정섭 한일시멘트 전 회장, 3남 허동섭 한일시멘트 전 회장, 4남 허남섭 한일시멘트 전 회장 일가, 장녀 허미경씨도 6%대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될 경우에는 이들의 보유 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녹십자그룹의 배당성향은 국내 기업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며 "주주이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지배주주가 대부분 오너일가인 상황에서 재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간의 갈등은 회사의 경영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며 "녹십자의 경우 허일섭 현 회장이 분명히 유리한 위치지만 변수를 감안하면 경영권 다툼의 가능성이 잠재돼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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