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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의 눈물⑤]"우리도 사람이다"…길 위서 만난 대리기사들

등록 2017.06.07 05:50:00수정 2017.06.07 21: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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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대리기사에게는 일상입니다. 밤거리를 누비며 인내심이 부족한 취객 앞에서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온갖 욕설과 폭언에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늘 그렇듯 길 위에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대리운전 업체의 과다한 중개수수료, 보험료 착복, 경쟁업체 프로그램 사용 금지 등 온갖 불공정 거래에도, 갑질 횡포에도 항변조차 쉽지 않습니다. 당장 생계가 급한데 자칫 잘못하다간 업체에서 쫓겨나거나 아예 퇴출당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대리기사들에게 지나칠 만큼 냉정합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일방적인 눈치를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사에 다 싣지 못한 대리기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도 사람이다

 "아무리 대리기사지만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들을 때마다 속이 뒤집어져요.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지만,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사람답게 대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대리기사 8년 차 최종일(43)씨

 "술 취한 고객에게 사람 취급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6년 넘게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이제 참는데 익숙해졌지만, 나도 누군가의 아빠이자 자식인데 다짜고짜 반말하고, 무시하는 손님을 보면 울컥해요. 아무리 취했더라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줬으면 해요."   

 - 대리기사 6년 차 장모(41)씨

 ◇'빚 좋은 개살구' 자영업자…노동자 신분 보장 받아야   

 "대리기사도 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노동자인데 개인사업자 신분이예요. 특수 고용직이라는 이름이 지금도 어색하고 불편한데,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어요."

 - 대리기사 5년 차 김호성(56)씨

 "업체가 정한 일방적인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 잘못된 구조를 아무리 개선하고 싶어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대리기사들에게는 힘이 없어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길 위의 을의 삶은 여전히 갑의 횡포 속에서 신음하고 있어요."

 - 대리기사 11년 차 박모(59)씨

 ◇업체 횡포, 이제 그만

 "기존 대리운전 업체와 카카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어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여러 대리운전 업체 프로그램을 쓰고 싶지만, 그러다 혹시 퇴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 눈치만 봅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리기사에게 절대적인 갑이예요. 갑이 더 이상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관심이 필요해요."

 - 11년 차 대리기사 강모(58)씨

 "대리운전 업체들이 대리기사의 절박함을 이용해 자기들 배만 불릴 궁리만 하고 있어 화가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데, 그때마다 무기력해집니다. 이제라도 갑의 횡포에서 벗어나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노동자가 되고 싶어요." 

 - 6년 차 대리기사 서모(55)씨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