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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고통①]"밤마다 괴롭다"···잠 자는 게 두려운 '수면장애'

등록 2017.07.25 05:50:00수정 2017.07.25 08: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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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숙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체험객들의 모습. 2017.07.19.(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숙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체험객들의 모습. 2017.07.19.(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수면 부족 만성, 수면장애로 이어져
직장인 부족한 수면시간···수면카페서 쪽잠으로 보충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1. 자영업자 강모(53)씨는 최근 한 달 넘게 하루 3시간밖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장사 걱정부터 자녀의 진로 문제까지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는 며칠간 술에 의지해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이마저도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머리가 온종일 아프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증상이 계속돼 병원 찾았다. 검사를 받은 결과 '불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별의별 생각이 나서 잠이 달아나고, 눈이 말똥말똥해진다"며 "한 달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다보니 몸도 망가지고. 일상생활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잠 못 자는 고통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 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숙면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침대에 누울 때마다 정신이 또렷해져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2. 취업 준비생 강모(33)씨는 현재 정신의학과에서 수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잠들기 전, 처방받은 일정량의 수면제를 복용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다. 지난해부터 취업을 위해 입사 지원서를 수백 통 넘게 냈지만,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계속되는 낙방과 취업 스트레스가 불면증의 원인이었다. 

그는 낙방했다는 소식을 확인할 때마다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셨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멀어졌다. 이렇다 보니 그는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은 별의별 생각 때문에 밤을 꼬박 새야했다. 증상이 계속됐고, 건강마저 망가졌다.

강씨는 "낙방할 때마다 취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 건강까지 망가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이 오지 않거나 불안할 때마다 술에 의존한 게 불면증의 시작이었다"면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입사할 때마다 조바심이 나 술에 의존했더니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고 망가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14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의 한 수면장애 전문 병원. 불면증에 시달리는 50대 남성이 수면 검사를 위해 머리와 가슴, 다리 등에 검사 장치를 부착했다. 그가 별도 마련된 특수검사실 침대 눕자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됐다.

수면장애의 가장 기초적인 검사인 ‘수면 다원검사’가 시작됐다. 이 검사는 환자가 검사실에서 실제 하룻밤 잠을 자는 사이 각종 신체 변화 등을 관찰·분석한다. 그가 침대에 눕고 잠을 청하자 컴퓨터 모니터에 그의 신체 변화들이 빼곡하게 기록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수시로 몸을 움직였다. 눈뜬 채 천장을 바라보거나 몸을 뒤척이기도 했다. 검사 2시간 만에 뇌파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잠에서 완전히 깨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새벽 4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발을 차거나 천장을 향해 손을 뻗기도 했다.

겉으로 보면 실제 자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의사의 설명은 달랐다. 깊은 잠인 3·4단계 수면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경우 졸림이 느껴지는 1단계와 얕은 잠이 드는 2단계, 그리고 깊게 잠드는 3단계를 지나 '렘수면' 단계인 4단계에 들어간다. 이 같은 수면 패턴을 하룻밤 사이 네댓 번 반복하면서 쌓인 피로를 푼다.

하지만 그는 검사받는 내내 단 한 번도 3·4단계로 넘지 못했다. 그는 또 잠을 자면서 손과 발을 수시로 움직이는 사지운동증상까지 보였다.

해당 병원 의사는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잠을 잘 때 4단계의 수면 주기를 거치는 반면,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얕은 잠이 드는 단계인 1·2단계 주기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1·2단계 얕은 잠을 자는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경우 아무리 오래 시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날 극도로 피곤하거나, 심한 경우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검사 전 미리 작성한 수면 일기와 설문지, 모니터에 기록된 검사 결과 모두 수면장애로 진단됐다. 계속된 수면 부족이 수면장애로 이어진 것이다. 그에게는 꾸준한 수면 치료와 수면제가 처방됐다.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잠시라도 쪽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카페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지난 17일 점심시간 서울 을지로의 한 수면 카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아로마 향이 진동했다. 밖에서 보면 커피숍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수면 카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예약자 명단이 꽉 차 있었다.

이곳에는 1인용 침대와 어두운 조명, 가림막 등이 설치된 개인 수면 공간과 안마의자가 준비돼 있었다. 또 수면 바지와 귀마개 등을 제공한다. 이곳의 유일한 규칙은 휴대전화 알람 사용금지. 직원에게 사전 요청하면 원하는 시각에 깨워준다. 

수면 카페를 3년째 운영 중인 강모(44)씨는 “잠깐이라도 쉬거나 잠을 청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많아져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사전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없다”며 “이곳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곳을 종종 이용한다는 이민철(32)씨는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쁜 게 사는 게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이라며 “잠깐이라도 잠을 잘 수 있어 피로가 풀리고,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에게 좋은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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