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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못 참는 사회①]'사소한 시비가 살인으로'···분노 범죄 '위험'

등록 2017.08.16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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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뉴시스】강경국 기자 =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 외벽 보수작업중이던 김모(46)씨의 밧줄을 잘라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인 아파트 주민 서모(41)씨가 15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7.06.21.(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양산=뉴시스】강경국 기자 =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 외벽 보수작업중이던 김모(46)씨의 밧줄을 잘라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인 아파트 주민 서모(41)씨가 15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7.06.21.(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1.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아래층과 위층에 혼자 살던 60대 남성들이 몇 달째 층간소음으로 벌인 다툼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살해한 신모(62)씨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신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장모(63)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신씨는 이날 장씨에게 인터폰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했고, 이후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장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경찰조사에서 장씨에게 수차례 항의하고 관리사무소에서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신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범행 후 경찰에 자진 신고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장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신씨가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술을 마신 장씨가 말다툼 도중 화가나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의 한 주택에서도 5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살던 부자(父子)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들을 살해하고, 말리던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2. 이중 주차된 차를 제때 빼주지 않는다며 골프채로 이웃의 차량을 부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차 주인이 외부에 있어 차를 빼기 힘들다고 하자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이웃 주민 차량을 부순 A(26)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일 0시께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이웃 주민 B(27)씨의 SUV 차량 앞 유리를 골프채로 마구 내리쳐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조카를 병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자신의 차 앞에 이중 주차된 SUV 차량 주인 B씨에게 차를 빼달라고 전화했다. 하지만 외출 중이던 B씨가 차를 밀어서 빼라고 하자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A씨는 조카를 병원에 데려다 준 뒤 집에서 골프채를 갖고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B씨의 차량 앞 유리를 마구 내려쳤다. 또 차를 부수기 전 10분가량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두 사건 모두 분노를 참지 못해 폭력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분노 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최근 사소한 시비로 화를 참지 못해 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소한 시비가 분노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분노 범죄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원인 제공자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한 해 발생한 폭력 범죄 가운데 이런 우발적인 충동 범죄 비율이 40%를 넘는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000건 중 우발적 범죄 또는 현실 불만 관련 범죄가 14만8000건으로 41.3%를 차지하고 있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가운데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인 범죄도 403건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범죄가 갈수록 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분노 조절 장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사기관도 분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봉욱(52·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달 4일 분노조절장애 범죄 등 심각한 범죄양상에 대한 총체적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봉 차장검사는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심각한 범죄양상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등을 대검 형사부와 강력부, 과학수사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위험 수위에 오른 분노 범죄를 줄일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박탈감과 자괴감이 극단적인 감정인 분노로 표출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분노 조절을 위해 평소 가족 등 주변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박성용 나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특히 그 피해의 대부분이 애꿎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분노 조절 장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박 과장은 이어 "억눌린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을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게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가족 등 주변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