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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응시하다]소녀상 의미 퇴색시키는 상업화 논란

등록 2017.08.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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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손대선 박대로 임재희 기자 = 광복 72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열풍이 뜨겁다.

 건립 7년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조선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 반인륜적 범죄를 상기시키는 상징물이 된 평화의 소녀상. 뉴시스는 소녀상 열풍의 의미와 그 이면에 깔린 또다른 의미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천착해온 진보계 일각에서는 소녀상 열풍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점차 상업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누드 파문 등 아픈 기억 때문이다.
 
 2004년 유명 여자배우가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집을 발표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자 우리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장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예술'이라는 제작자측의 항변과는 딴판으로 위안부의 비극을 상품화했다는 사실이 여러 군데서 확인됐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 황모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는 함께 제출한 위안부 누드집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서에서 "이씨 등이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누드사진 등을 찍고 이를 배포하려 하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가장 기억하기 싫은 고통스러운 장면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이같은 비판이 일었다. 세월호 유족과 자원 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리본 등이 시세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상품 판매자들은 판매 수익금을 4.16 단원장학재단 등 세월호 관련 재단에 기부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박 의원실이 한 업체를 확인한 결과 장학재단 설립 당시 배지 800개와 볼펜 1000개를 판매한 게 기부의 전부였다.

 미술가 A씨는 소녀상 버스 운행과 관련해 "소녀상을 버스에 태우고 다니는 것은 광기다. 말 그대로 광기이기 때문에 두렵기는 하지만 침묵할 수는 없다"며 "이러다가 일본행 비행기에 소녀상을 세우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디자인 평론가 B씨는 "민족주의 광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복합작용이랄까. 두 가지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지각있는 이들이 발언을 해 멈추게 해야한다. 브레이크 없이 이대로 가면 이건 파시즘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회피하고 두려워해서 될 일들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전쟁범죄의 상업화를 비판한 미국의 정치학자 노르만 핀켈슈타인의 저서 '홀로코스트 산업(The Holocaust Industry)'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저자는 자신이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참상이 할리우드에서 상업화되는 것을 반대했다. 홀로코스트를 팔아먹어 진실을 왜곡하는 것에 말이다. 엄청난 반향이 있었다. 유태인 집단 내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종족 반역자 취급을 받았지만 소신은 변치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지금 (우리나라에도)그런 태도(현상이)가 있다. '소녀상은 상업화 되고 있다', '핀켈슈타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진보성향의 40대 미술가는 "소녀상의 큰 의미를 훼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소녀상 열풍이 갑자기 불면서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화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 열풍에 대한 비판은 박유하 같은 사람이 얘기하는 '아이돌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는 소녀상을 똑바로 응시하고 우리 사회가 소녀상 이후를 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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