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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행성' 논란⑨] "업계 수익모델 다원화…'유저 신뢰 구조' 만들어야"

등록 2017.12.03 10:57:00수정 2017.12.03 10: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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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올해 13회째인 이 전시회는 'Complete Your Game!'을 주제로 35개국 게임업체 670여 곳이 참가해 모바일·온라인 게임, VR 게임 등 다양한 신작게임을 선보인다. 행사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된다. 2017.11.16.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올해 13회째인 이 전시회는 'Complete Your Game!'을 주제로 35개국 게임업체 670여 곳이 참가해 모바일·온라인 게임, VR 게임 등 다양한 신작게임을 선보인다. 행사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된다. 2017.11.16.   [email protected]


위정현 중앙대 교수 "확률에 따라 다양한 패키지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선택지 제공해야"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자율규제,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안돼. 유저 신뢰 틀 만들어야"
이대웅 상명대 교수 "정부 규제 옳지 않아, 게임사들이 먼저 부작용 치유하려는 노력 필요"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형 게임사, 유저 갈취하는 수준...합리적 계획적 소비 가능해야"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 만들고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안병도 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 "확률형아이템, 협회에서도 개선방안 마련 노력중"

【서울=뉴시스】오동현 이종희 기자 = 지나친 사행성으로 비판 받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규제를 하면 새 성장동력인 게임산업을 옥죌 수 있다는 반대 논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수긍하고 공감하는 것은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는 '확률형 게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보다는 게임사의 자정 노력에 더 무게를 두면서도, 현행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자율규제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2일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보다는 반대 목소리가 더 많았다. 하지만 업계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중앙대 위정현 교수, 한국게임학회 9대 회장 취임>

【서울=뉴시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2017.12.3 [email protected]

차기 한국게임학회장에 선출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해서 우선 게임 별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한국 게임산업의 비지니스 모델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일원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지니스 모델이 다원화돼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확률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는 확률형 아이템 패키지가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어 확률이 높은 패키지와 낮은 패키지를 구성해서 판매한다"며 "확률이 낮은 패키지는 유저들이 손쉽게 얻기 어려운 아이템이 포함돼 있다. 확률이 높은 패키지는 현금으로 아이템을 1대1로 교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 게임사들은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대형 게임사들이 앞장 서면서 중소게임사도 따라가고 있다. 메이저는 메이저대로, 중소개발사는 중소개발사대로 확률형 아이템이란 태풍에 휘말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지나치게 과금을 유도하지 않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 한국에서 점점 인기를 끌게 되면 게임사들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위 교수는 정치권의 규제움직임에도 게임사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유저들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규제방안을 끊임없이 들고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도 규제에는 반대했지만 유저가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분유료화가 업계에 자리잡으면서 게임사 수익이 대부분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고 있다"며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업계가 자율규제로 정확히 확률도 공개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규제가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이 되면 안된다. 업계가 자정해서 누구든지 타당성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업계에게 모든 것이 되돌아간다"며  "아직은 질서를 잡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게임 산업은 앞으로 더 커야 할 산업이다. 미래 성장동력원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게임은 사라지지 않을 놀이문화"라며 "글로벌 게임산업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규제로 묶어 놓는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다. 정부도 자율규제가 잘 정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웅 상명대 교수는 "정부에서 제재하는 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며 "지금도 규제가 많아서 문제다. 중국 게임사가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업계 스스로가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사들이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부작용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논리에서 벗어나 유저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소비자의 권익을 제대로 챙겨주는 방향이 아니라 규제만 강조하고 있다"며 "먼저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어떤 서비스와 결부돼 문제가 발생하는지 유형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유저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불만은 돈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이 아니다. 확률때문에 유저들이 얼마나 아이템에 돈을 써야하는지 가늠이 안된다고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들이 합리적 소비·계획적 소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며 "대형게임사를 중심으로 유저들의 선택권을 배제한 체 수익에만 골몰하고 있다. 유저들을 갈취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장 시스템이란 돈과 시간을 통해 유저가 원하는 목표 아이템을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확률형 아이템을 100번 구매하면 원하는 아이템을 지급하거나, 던전을 100번 돌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반드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 좋으면 10만원으로 다 얻을 수 있는데 운이 나쁘면 30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유저에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나아가 문제를 풀어나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자기자신의 수익을 스스로 옥죄야하는 업계가 나서기는 힘들다. 산업을 육성해야할 정부가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다들 나서지는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해 제기된 법리나 논리 등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며 "게임산업이 고성장하면서 나오는 급체현상이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화를 해나가는 진통과정 속에 있다"고 해석했다. 

 게임사들을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도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병도 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확률형아이템은 협회에서는 어떻게든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야한다는 입장이며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업계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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