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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재로 풀자⑥]'1000만원 분쟁' 해결 비용…소송 44만원 vs 중재 5만원

등록 2018.01.06 05:00:00수정 2018.01.23 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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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지난 2015년 8월2일 충북 청주시 지북동 상수도사업본부 인근에서 발생한 송수관 누수 사고 현장. 2015.08.02. bclee@newsis.com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지난 2015년 8월2일 충북 청주시 지북동 상수도사업본부 인근에서 발생한 송수관 누수 사고 현장. 2015.08.02. [email protected]

수년 걸리는 3심 소송 비해 단심으로 신속
평균 국내 중재 5.5개월·국제 중재 10개월
비용도 저렴…1억 분쟁 중재비 79만원 수준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2015년 8월, 충북 청주시의 한 상수도관 공사현장에서 대형 파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지역 수돗물 공급이 나흘간 중단됐다.

 이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청주시는 부실 시공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지만, 시공사와 감리단은 통수를 담당한 시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청주시는 대한상사중재원(중재원)에 분쟁 해결을 의뢰했다. 수년이 걸리는 재판보다는 중재를 통해 다툼을 해결할 목적이었다.

 결과는 중재 접수 후 1년여만에 나왔다. 시와 시공사, 감리단에 각각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 나왔고, 당사자들은 결과를 수용했다. 중재 판정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속한 배상을 위해 한 번 판정으로 끝나는 중재의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중재원 관계자는 "소송까지 갔다면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늘어져 피해 보상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지자체와 시공사 등이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라며 "신속한 피해구제가 요구될 경우 중재가 효과적인 분쟁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재는 이처럼 법원 재판이 아닌 중재인 판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물론 당사자간 합의가 전제돼 있다. 개인간 다툼은 물론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 분쟁도 대상이 된다. 판정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으며 다시 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

[갈등, 중재로 풀자⑥]'1000만원 분쟁' 해결 비용…소송 44만원 vs 중재 5만원


 중재는 법원의 소송보다 신속하고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3심제인 소송과는 달리 중재는 한 번 판정만을 내리는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소송은 대법원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 반면 중재는 2016년 말 기준 평균 약 190일(6개월)이 소요됐다. 국내 중재 사건은 평균 약 165일(5.5개월) 정도 걸렸고 국제 중재 사건은 평균 약 320일(10개월)이 소요됐다. 1억원 이하 금액의 국내 중재 사건은 더 신속하게 처리돼 평균 약 100일(3.3개월)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재 비용은 1심 소송 비용은 물론 3심까지 가는 비용과 비교해도 싸다. 중재 비용은 관리요금 및 중재인 수당을, 소송 비용은 인지액과 송달료를 말한다.

 일례로 신청금액이 1000만원일 때 1심 소송 비용은 11만원 정도이나 중재관리요금은 5만원이 든다. 5000만원의 경우 1심 소송 비용은 약 32만원이 들지만 중재관리요금은 약 22만5000원 정도다.

 중재원이 2016년 말 기준으로 단심인 중재비용과 3심 소송비용을 비교한 자료를 분석해도 차이가 난다.

 분쟁금액이 1000만원일 때 중재 비용은 약 5만5000원이지만 3심까지 소송 비용은 약 44만7000원이 든다. 1억원일 경우 중재 비용이 약 79만5000원, 소송 비용이 약 230만6500원이고 2억원일 경우 중재 비용이 약 162만5000원, 소송 비용이 약 410만6500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재로 해결되는 사건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07년부터 추이를 살펴보면 10년간 약 150~180건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외 총 중재 건수는 2007년 233건에서 2008년 262건, 2009년 318건, 2010년 316건, 2011년 323건, 2012년 360건으로 늘었다가 2013년 338건으로 다소 줄었다. 이후 2014년 382건, 2015년 413건, 2016년 381건을 기록했다.

[갈등, 중재로 풀자⑥]'1000만원 분쟁' 해결 비용…소송 44만원 vs 중재 5만원


 중재는 장점이 많다보니 한 번 경험한 이들은 또다시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중재가 그런 경우다. 당시 건설사들은 반대 시위로 공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자 해군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착공 직후 사실상 공사를 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한 기간보다 1년 더 연장했지만 계약금액을 늘려주거나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은 게 당시 분쟁이었다.

 양측은 합의해 2013년 12월 사건을 접수했고, 1년6개월간 심리를 거쳐 2015년 5월 중재 판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한 추가 분쟁과 제주 해군기지 관련 다른 건설사와의 분쟁도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중재인으로 나서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양 당사자가 전문가 중에서 직접 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으며 중재인은 2016년 말 기준 1073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하도급 받은 중소기업 A사와 용역계약을 맺은 B사간 중재 사건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건설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A사는 발전소의 안전시험을 위해 B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추가 안전시험이 필요하면서 장비 임대와 작업 기간이 연장됐고 현지 주민 폭동으로 공사가 중단돼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B사는 추가 대금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A사는 도급을 준 대형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중재원 중재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어 중재가 접수됐다. 법률적 쟁점과 복잡한 사실 관계로 공방이 치열했으나 건설 분야 전문가가 중재인으로 참여해 약 1년6개월만에 비교적 빠르게 판정을 내렸다.

 이 밖에 중재는 비공개로 비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에도 적합하다. 중재기관과 중재인, 중재당사자 외에 원칙적으로 증거자료를 열람·복사하거나 심리를 방청할 수 없게 돼 있어 중재 사실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군 시설 관련 공사 분쟁 등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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