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美中 무역전쟁]맞불관세·WTO제소…중국의 대응 카드는?

등록 2018.03.25 05:39: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17.11.09

【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17.11.09

中, 곧바로 美 철강·돼지고기 등에 보복관세
 美제품 불매운동·美국채 매도카드도 검토대상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 점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연간 600억달러(약 65조원)규모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가하는 '관세 폭탄'에 서명하면서 "이건 앞으로 있을 많은 조치들의 첫번째 조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건 약과라는 엄포인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30억 달러(약 3조 2400억원) 규모의 관세 보복을 발표하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양국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을 정도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파국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문제가 수습될 것 같지는 않다.

 확전이 이뤄질 경우 중국이 어떤 카드로 맞대응할지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간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역대 가장 강도 높은 대중국 무역 보복 패키지인 셈이다.

 중국은 즉시 강력 반발에 나섰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중국은 이에 완강하게 반대하며 미국이 무역전쟁을 원한다면 끝까지 싸워 합법적인 우리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역시 "미국의 조치는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이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중국이 무역전쟁에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꺼내들 반박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중국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는 '보복 관세'다. 미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는 작전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한 54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투자 제한 방침을 밝힌 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8.03.2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한 54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투자 제한 방침을 밝힌 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8.03.22

미국의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은 보란듯이 30억 달러(약 3조 24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 품목에 대한 관세 보복을 시행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 관세,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WTO 제소 카드도 검토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국제사회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도 중국은 미국의 반덤핑 등 수입규제에 대해 반덤핑 및 WTO 제소로 맞대응 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12월 미국이 중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조치가 내려진 지 닷새 만에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에 반독점법 위반 벌금을 부과했다.

 같은 달 미국이 WTO에 쌀, 밀, 옥수수 수출제한 혐의로 중국을 제소하자 중국은 이듬해 미국의 옥수수 주정박(곡물 찌꺼기)에 42.2%에서 최대 53.7%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불매운동도 꽤 강도 높은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이 당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역시 유력 불매 검토 대상이다.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를 유럽산 에어버스로 대체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5년 방미 기간에 맞춰 38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보잉사 항공기 300대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최대 판매시장인 보잉사는 이번 관세폭탄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IT기업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이나 인텔, 중국 시장 판매 비중이 높은 퀄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같은 반도체 기업 들이 입을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지노기업 윈리조트, 소비재를 판매하는 나이키, 리바이스 같은 기업도 중국 시장 비중이 높다.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기업의 세무 및 독점금지 조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며 "관리당국의 허가 및 서류 처리 지연 등 눈에 띄지 않는 조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특히 반독점법 적용, 세무조사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기업이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12월 GM의 중국합작법인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2억 100만 위안(약 348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이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미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극단적인 경우 미국의 국채를 대량 매도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 1700억달러(약 1253조원)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미 국채를 한달 새 100억 달러 이상 팔아치우면서 관세 폭탄 반발의 예고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경우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도 미 국채에 대한 평가손실로 인해 받을 타격이 상당해 실행해 옮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