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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상고법원 굴욕…朴독대 때 우병우에 막혀

양승태 2015년 박근혜 독대 당시 우병우 배석
상고법원 피력하려 했지만…"제약 받았을 것"
조사단, 재판 관련 문건 활용은 안됐다고 결론

등록 2018.05.28 2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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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09.22.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09.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주력했던 상고법원 입법 추진이 이를 반대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의해 가로막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상고법원 필요성을 피력하려 했지만, 우 전 수석의 배석으로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5년 8월 민일영 대법관 후임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화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내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 문건을 다수 작성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 박 전 대통령과 회동 당시 상고법원 입법화 설득을 위한 '협상 카드'로 정부에 우호적인 판결을 한 재판 관련 문건을 가져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2015년 7월말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현안 관련 말씀' 자료가 있다. 이 문건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과거사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등 정부 입장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판결이 나열돼 있다.

 또 같은 시기에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 협력사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등도 작성됐다. BH설득 방안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을 돌파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분석하면서 1단계로 민정특보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2단계로 대통령 면담 일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오찬 당시 협상 추진을 위한 전략으로 재판 관련 문건을 가져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이 가져간 문건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컴퓨터에서 발견된 '(150803)VIP보고서'로 파악됐다. 이 문건에는 ▲상고제도 개선 시급성 ▲상고법원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 ▲상고법원 법률안 의원입법 발의 경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법한류 등 평이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통령 면담 자리에는 우 전 수석이 배석했다. 그에 따라 상고법원에 강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우 전 수석으로 인해 양 전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서 상고법원을 설명하는 데 굉장히 제약을 받았을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이) 자리가 끝나고 상당히 불쾌해 했다고 한다. 분위기를 짐작하면 이전 판결들을 끄집어 내 우리가 이렇게 협조했다고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4차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2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4차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이 관계자는 다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여의치 않았던 시기"라며 "우 전 수석을 피해 오찬에서 직접 상고법원 추진에 대한 동력을 얻자는 생각이 행정처에 상당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도 조사 과정에서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 협력사례' 등 문건이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 회동에서의 말씀자료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라며 "평소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면서 법원은 정부 운영에 반대하는 판결만 한다는 얘기를 들어 법원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됐다고 인식될 수 있는 판결들을 취합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조사단은 재판 관련 내용을 청와대 설득 카드로 쓰려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봤지만, 실제 활용되진 않았을 것이란 결론을 냈다. 또 정부 입장에 가까운 판결들을 의도적으로 추린 것으로 재판 자체에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민정수석 등 청와대에 대한 설득 또는 압박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례"라며 "다만 문건이 대법원장이나 처장에게 보고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대국회 관계에서 원만한 관계를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