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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코스닥]벤처펀드, 흥행은 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

공모주 우선 배정에 소득공제 혜택으로 초반 일기몰이
12개 공모 펀드 중 11개가 '마이너스' 수익률
투자의무 조건 맞추다가 메자닌 시장 과열 부작용도

등록 2018.07.01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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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코스닥 벤처펀드(공모) 수익률 현황. 2018.06.29. (자료=KG제로인 제공)

【서울=뉴시스】코스닥 벤처펀드(공모) 수익률 현황. 2018.06.29. (자료=KG제로인 제공)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4월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성과가 신통치 못하다.

출시 초기 자금몰이를 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이 대거 메자닌(CB·BW)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메자닌 투자가 과열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기준으로 코스닥 벤처펀드에 2조765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중 공모펀드 10개에는 7605억원이, 사모펀드 191개에는 2조4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자금 유입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출시 한 달만에 2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발표될 6월 말까지의 누적 설정액은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출시 당시 코스닥 시황이 좋았던 데다 공모주 우선배정과 세제혜택 등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에 코스닥 상장된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중 15%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포함해 벤처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이 경우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식의 30% 우선 배정혜택과 투자금액 중 최대 3000만원까지에 대한 10% 소득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그러나 코스닥 벤처펀드의 흥행과는 별도로 수익률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2개 코스닥 벤처 공모펀드 가운데 출시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것은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주혼-파생]종류A'(3.93%) 하나 뿐이었다.

나머지 11개 상품은 모조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 1[주식]A'가 -8.86%로 가장 부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 1(주식)종류A'도 수익률이 -4.85%에 그쳤으며 '하이코스닥벤처[주혼-파생]A'와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 1(주혼)A'가 -2.60%씩으로 뒤를 이었다.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크게 올랐지만 이후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바이오주 거품 논란 등으로 코스닥 시장이 침체에 빠진 탓이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된 올해 4월5일 이후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29일까지 5.84% 가량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벤처펀드에 몰린 자금이 메자닌 시장의 과열을 불러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코스닥 시장의 CB 발행공시 권면총액은 3조4692억원으로 1조7673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96%나 증가했다,

이는 운용사들이 코스닥 벤처펀드 우선주 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CB나 BW에 대한 '15% 투자의무' 조건 채우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닥 벤처펀드와 관련한 CB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로' 금리로 CB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메자닌 시장의 경쟁 심화로 과거보다 덜 유리한 조건에도 운용사들이 투자에 나서면서 해당 물량들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의 메자닌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담기면서 투자자의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작 코스닥 시장으로는 돈이 흘러가지 않고 엉뚱한 메자닌 시장만 키워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자 지난달 25일에는 10개 코스닥 벤처펀드 운용사 대표들이 모여 과열된 CB 투자를 자제하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출범 초 인기로 많은 자금이 들어왔지만 부진한 코스닥 시황과 과열된 메자닌 투자 때문에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벤처펀드로 들어오는 자금 유입세가 꺾인다면 코스닥 투자금을 늘린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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