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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보험사 진단] KDB생명, 빚내 자본확충 '악순환'…매각도 '오리무중'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RBC비율 맞춰…장기적 금리부담↑
작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영업력 약화…대면채널 초회보험료 반토막

등록 2018.10.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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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KDB생명 본사 사옥 전경.

【서울=뉴시스】KDB생명 본사 사옥 전경.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이 내우외환의 위기다. 외부로부터는 자본확충 압박을 받고 안으로는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춘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당장 2020년부터다. 중소형 보험사들마다 매각에 나서거나 자본을 대폭 늘리는 수밖에 없지만 녹록하지가 않다. 이에 뉴시스는 국내 중소 보험사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중소보험사 진단]시리즈를 수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KDB생명보험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영업력 약화로 수익성 회복이 아직 더딘 데다 자체 자본확충 과정에서 이뤄진 후순위채권 발행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론 재무적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급여력비율 맞추느라 "빚 내 자본확충"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은 지난달 20일 후순위채권 220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연 5.5% 수준이다. 다른 중소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KDB생명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올초 이뤄진 산업은행의 유상증자에 더해 자본확충이 연달아 이어지며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지난 2분기 194.5%로 전분기 154.5%에서 39.9%나 상승했다. KDB생명측은 이번 사채발행으로 RBC비율이 234.43%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자본조달 방식이 빚을 내 돈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KDB생명은 지난 5월에도 신종자본증권 2억달러(약 2200억원)을 발행했다. 당시 금리가 7.5%에 달해 우려가 나왔다. 고금리가 중장기적으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영정상화 외치며 구조조정했지만…뒤따른 영업력 약화

 KDB생명은 지난해 7~8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200여개의 지점을 절반인 100개로 줄였고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해 250명을 감축했다. 필연적으로 영업력 약화가 뒤따랐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KDB생명의 대면채널 초회보험료는 15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기간 360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이 잘려나갔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지난달 KDB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RS)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리기도 했다. 이유에 대해선 "경상적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 "영업력 약화로 신계약 실적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2018년 2분기 월납초회보험료와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각각 62억원, 748억원으로, 전분기 각각 45억원과 583억원보다는 증가했으나 영업이 위축됐던 2017년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월납초회보험료와 신계약 APE는 분기 평균 각각 90억원, 1132억원이었다.

올해들어 당기순이익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상반기 대규모 일회성이익이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경상적인 수익성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KDB생명타워의 우선매수권을 매각해 챙긴 422억원을 제외할 경우 상반기 세전이익은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가슴 쓸어내린 '즉시연금 일괄지급'

일괄지급 논란이 붙었을 땐 적잖은 타격을 주었을 '즉시연금' 분쟁에서 한발짝 비켜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은 KDB생명에 대해선 삼성·한화생명과 다르게 일괄지급 권고를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약관상 문제가 아닌 개별 건 마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봐야 한다"며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오지 않는 건에 대해선 당국이 나서서 미지급금 지급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KDB생명의 즉시연금 관련 전체 미지급액 규모는 약 250억원으로 추정된다. KDB생명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37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규모다.

◇향후 매각은?… '안갯속'

산은의 방침은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먼저 추진해 협상력을 높인 다음 보유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앞선 몇 차례의 매각 시도는 가격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 다만 최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손해보더라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격 변수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걷혔다.

또 지금은 KDB생명이 어느 정도 자본 건전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뒤따른 빚 낸 부담, 영업력 회복 여부 등은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자본확충으로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는 있지만 이때 불거진 고금리 부담 논란 등이 도리어 추후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보험사 진단] KDB생명, 빚내 자본확충 '악순환'…매각도 '오리무중'


◇KDB생명은

전신이 금호생명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2010년 인수되며 KDB생명으로 사명을 바꿨다.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KDB생명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펀드의 만기가 다가오자 산은은 2014년과 2016년에 걸쳐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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