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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먼 포용적금융]카드·보험사 "싫은기색도 못내"…포용 아닌 강요'?

금융당국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포용적 금융' 필요"
'카드수수료 인하' 요구에 카드사 "불만토로도 어려워"
보험사 "車 보험료 인상, 당국 눈치보여"
전문가 "서민지원 수단으로만 봐선 안돼, 경쟁력도 고려해야"

등록 2019.01.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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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천막농성에 앞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8.11.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천막농성에 앞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8.1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자영업자 위한 일이라는데 대놓고 싫은 내색도 내놓고 못하고 적자 앞에서 죽을 맛이죠."(A 카드업계 관계자).

"수수료 인하를 반대하면 소상공인 죽이는 고리대금업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억울해요."(B 카드업계 관계자)'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인하 개편안이 내달께 적용된다. 이를 앞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는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도하게 책정된 카드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카드수수료를 개편하는 등 '상생의 금융환경' 조성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어 "서민 취약계층의 금융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포용적 금융'의 핵심사항"이라며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 애로사항을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26.  [email protected]


내달 역대급 규모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카드업계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앓는 소리다. 하지만 이같은 불만을 표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워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를 '상생경영', '자영업자 살리기' 등 포용적 금융 일환으로 밀어붙이니 앓는 소리 한 번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누굴 돕고 상생경영을 하더라도 사기업이 적자까지 내면서 할 수는 없지 않나"면서 "구조조정까지 우려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당국 눈치가 보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어렵다. 회사측에서 나서는 대신 노조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국의 '포용적 금융' 기조에 눈치를 보는 것은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보험사 역시 지난해 손해율 상승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의 눈치가 보여 마음껏 올리지 못하고 있어 울상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설 등으로 자동차 사고가 늘어 손해율이 급증했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올해 자동차 보험료를 3%대 올리기로 결정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2019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이 열린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RX한국거래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1.0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2019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이 열린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RX한국거래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1.02. [email protected]


인상에 앞서 금융당국에서 보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등 '가격개입' 시도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지난 16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가이드라인을 줬다기 보다 잘 따져보고 하라는 뜻이었다"면서 "당국과 협의했다기 보다 여러 요인을 두고 업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최 위원장이 간부들과 가진 티타임 자리에서 "폭염과 물가 상승으로 많은 국민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인하요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을 고려하면 보험료를 최소 8~9%대 인상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기조와 국민정서상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추세를 지켜보면서 하반기쯤 한차례 추가 인상하고 싶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보험은 아무래도 규제산업이다 보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업계 분위기에 전문가 역시 우려를 표했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을 서민지원 수단으로만 보고 산업으로서 적절한 이익을 내거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역할로서의 고민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주들이 투여한 자본에 적절한 수익을 내줘야 하는 것이 기업인데 카드수수료를 한번에 깎는 방향으로 접근하니 회사 가치가 반토막 난다"면서 "선심성 정책을 추진할 때 과연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