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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大기업, 오너가 다시 뛴다⑤]신동빈의 롯데, 송사 딛고 속도낸다

구속 석방후 빠른 속도로 정상화
투자 및 굵직한 사안에 추진 속도 높여
지난해 임원인사에선 세대교체 단행
"기존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 혁신"

등록 2019.01.27 07:30:00수정 2019.02.12 09: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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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빈 롯데 회장.

【서울=뉴시스】신동빈 롯데 회장.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롯데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 구속 이후 다소 표류하던 롯데그룹은 빠른 속도로 다시 추진력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5일 신동빈 회장 석방 이후 굵직한 사안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으며, 지난해 연말 임원인사는 큰폭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27일 롯데그룹 안팎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석방된 이후 약 두 달 동안 롯데그룹의 산적한 현안을 하나하나 처리했다. 신 회장의 부재에서 핵심사업에 대한 결정을 미뤄뒀던 롯데는 빠르게 제자리를 잡았다.

신 회장은 석방 이후 지난해 10월8일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뒤 내부 보고를 받으며 각종 현안 파악에 나섰다. 복귀 첫날 신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화학·식품·호텔&서비스·유통 등 4개 사업 부문 부회장단과 만나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회의를 진행했다. 2주 후에는 일본으로 출국해  3주동안 머물렀다.
 
국내와 일본 현안 파악을 마친 신 회장은 사업처리와 투자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1월20일 롯데는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글랜우드PE가 각각 도전장을 냈다. 롯데는 경쟁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인 43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지주는 지주사 전환에 필수조건이었던 롯데손해보험·카드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그룹내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지분을 아직 지주로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로 넘길지, 다른 회사로 아예 매각할지 등에 대해 고심해왔지만 신 회장의 결단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글로벌로지스∙로지스틱스 합병도 같은 날 발표됐다. 롯데그룹의 통합 물류회사를 출범하겠다는 구상이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내년 3월1일 합병할 것을 각각 결의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의 청사진이 나온 것은 정기임원인사였다. 롯데그룹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힘을 주고 있는 화학과 식품 부문의 최고임원 라인을 대부분 교체하면서 이후 사업 추진 동력을 얻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인사에서 롯데는 최고위직인 BU장 두명을 포함해 핵심 계열사 9개의 대표이사 등 전체 20명의 경영진을 교체했다. 절반 이상의 CEO를 대거 교체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지난 12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깜짝 방문한 신동빈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임직원들과 함께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9.1.13.(사진=롯데 제공) photo@na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12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깜짝 방문한 신동빈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임직원들과 함께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9.1.13.(사진=롯데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롯데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미래사업'을 위해 상당수 최고위 경영진을 '물갈이' 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인사에 반영됐다.

우선 화학분야는 '40년 롯데맨' 허수영 부회장이 물러나고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가 BU장을 맡아 총괄한다. 40년 간 롯데그룹 화학분야에 몸담았던 허수영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케미칼은 연매출 16조원에 이르는 그룹 최대 계열사다. 롯데는 내년 초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원 넘게 투자한 대규모 에틸렌 생산공장을 완공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4조원을 투입해 복합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교현 BU장과 롯데케미칼 임병연 신임 대표가 롯데의 최대 미래사업을 이끌게 됐다.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예고된 식품부문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식품부문의 BU장은 이재혁 부회장이 물러나고 롯데푸드 이영호 사장이 맡았다. 롯데푸드에는 조경수 신임 대표가 임명됐다. 이영호 BU장과 조경수 대표 모두 이번 인사에서 승진해 롯데그룹 식품사업을 지휘하는 최고경영진을 맡게 됐다.

23일 열린 '2019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신 회장은 '변화'를 강조했다.  VCM은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신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BU 및 지주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을 언급했다. "무한한 것은 오히려 인간의 감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 그 형태와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미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인용한 구절이다.

신 회장은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 예측과 상황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롯데 역시 기존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