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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 상납' 과정 놓고 前국정원장 3인 vs 기조실장 충돌

등록 2017.11.19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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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부터)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서울=뉴시스】(왼쪽부터)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국정원장 3인 "이헌수 보고 및 건의 있었다"
이헌수 前실장 "국정원장들의 지시 따른 것"
법조계, 진술 신빙성 '깨지느냐 마느냐' 주목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장 3인방과 기획조정실장 사이에 치열한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전직 국정원장 3인방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과 관련해 "기획조정실장의 건의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반면, 전직 기조실장은 "국정원장들의 지시였다"라고 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헌수(64) 전 실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에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사건과 관련된 핵심 진술들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관제 시위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로 이 전 실장을 불러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에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국정원에서 재직할 당시 청와대 상납 등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한 이 전 실장의 진술이 중요 근거가 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73)·이병기(70)·이병호(77) 전 국정원장 3인방에 대해 압수수색 및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각각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세 전직 국정원장들은 검찰 조사 및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청와대로 돈을 상납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원장 측은 청와대 요구로 돈을 보냈다는 취지로, 이병호 전 원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돈이 전해지게 된 과정과 관련해서는 전직 국정원장들과 이 전 실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이 전 실장의 건의 및 보고가 있어 이를 승인만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에 돈을 보냈다는 게 관행이었다는 이 전 실장의 보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전달 과정에서도 이 전 실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이와 달리 이 전 실장 측은 전직 국정원장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장들이 국정원에 대한 편의나 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 돈을 마련하고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원장들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요지다.

 앞서 지난 17일 법원은 남 전 원장,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밝힌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화이트리스트’를 지원해 관제시위를 벌이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7.10.2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2017.10.24. [email protected]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며 이 전 실장의 진술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깨지게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은 이 전 실장의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에 맞춰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 비춰보면 이 전 실장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라면서도 "재판에서 그 신빙성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관측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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