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감염, 최근 4개월간 3337건…항생제 내성 '무방비'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항생제를 쓸 수 없는 내성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신고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6~9월 CRE 등록건수는 총 3337건으로 조사됐다.

 CRE는 장내 세균감염시 쓸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마저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증은 장기간 의료시설에 입원하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서 발생하는 데, 이 균은 감염 환자와의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신속한 감염관리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지난 6월3일 CRE를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기존 표본감시 체계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항생제 신약이 개발되는 추세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카바페넴 내성에 적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도입되지 않아 감염 환자들이 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명 아이돌 스타의 반려견에 물려 유명을 달리한 음식점 대표가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녹농균 역시 카바페넴에 내성률이 40%이상 나타내는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의료계에서는 중증환자만이라도 항생제 신약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의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어 심각성이 더 크다.
 
 2015년 국가항균내성정보 연보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내 카바페넴 내성(아시네토박터균)은 각각 83.4%와 82.4% 기록, 조사를 시작한 2007년(27%, 25%)에 비해 3배 이상 내성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아시네토박터균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감염을 잘 일으키는 세균으로, 일본의 경우 이 균의 카바페넴 내성률이 5% 미만에 그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으며, 2050년에는 암 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 의원은 "카바페넴 내성균 감염은 2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기 위해 항생제를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약을 신속히 도입해 중증환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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