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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 트럼프發 글로벌 환율·무역전쟁 가시화

등록 2017.0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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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내셔널 조찬기도회에서 "교회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17.02.03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내셔널 조찬기도회에서 "교회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17.02.03

【서울=뉴시스】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를 잔뜩 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발언들이 연일 세계 시장을 흔들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행정명령 서명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선언 등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동안 유지돼온 세계 시장 질서를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앞다퉈 트럼프 발(發) 글로벌 환율‧무역전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강국들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세계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

 FT는 2일(현지시간) 강한 달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문제제기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는 등 ‘글로벌 환율‧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세금감면, 규제철폐, 국경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강 달러를 유발시키고,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통상 및 환율정책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레흐트만 통화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 직후 고객들에게 “고약한 환율전쟁이 닥칠 수 있다. 허리띠를 바싹 조여매라”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미국행정부가 전 세계와 벌이고 있는 환율전쟁의 총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 워낙 폭발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관리 출신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어떤 중국정책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0원 내린 1158.1원에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17.02.01.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0원 내린 1158.1원에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은 평가절하를 통해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they play the devaluation market and we sit there like a bunch of dummies)"라고 말했다.

 같은 날 나바로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유로화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독일 마르크화(implicit Deutsche Mark) 같다”며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아베 총리는 1일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엔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그들의 비난은 그릇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통화의 경쟁적 절하를 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는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지 엔저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BOJ의 통화완화책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31일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라고 말했다.

 시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3일 "미국이 (무역적자)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더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6.1.17.

【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6.1.17.

 WSJ은 3일 트럼프 행정부의 ‘약한 달러’ 정책은 지난 20여 년간 유지돼온 역대 미국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과 동떨어진 것일 뿐 아니라 자신의 경제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가당착적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 달러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을 내세우면서 약 달러를 외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던지는 모순된 발언들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독일이 약한 유로를 통해 미국과 EU를 착취한다고 비난한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모순도 지적했다. WSJ는 비틀거리는 이탈리아 경제에 지금 유로화 가치는 지나치게 강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대 미국 수출을 통해 큰 흑자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센서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이 미국은 독일 및 이탈리아와의 무역거래에서 각각 600억 달러와 26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각각 3조4949억 달러와 1조8525억 달러다.

 WSJ는 “만일 유로화의 가치가 독일에 유리하게 조작된 것이라면 이탈리아에 불리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여전히 대미 흑자를 기록했다”며 나바로 위원장 발언의 모순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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