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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 '여혐' 폭로…김현 시인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

등록 2016.09.19 10:42:39수정 2016.12.28 1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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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양=뉴시스】  새한서점

【서울=뉴시스】 유상우 기자 = “어디서 무엇을 배웠기에 문단에도 이런 ○○새끼들이 많을까요?”

 김현(36) 시인이 최근 발간된 계간지 ‘21세기문학’ 가을호에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젠가 어디에선가 꼭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며 남성 문인들의 성적 추행과 폭언 사례를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한 송년회에서 남자 시인 1이 후배인 여자 시인에게 맥주를 따라보라고 명령하고 맥주가 컵에 꽉 차지 않자 태연하게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가져가 오줌 싸는 시늉을 했다. “그 시인은 술에 취하면 여자 시인들 아무한테나 ‘걸레 같은 ○이니, 남자들한테 몸 팔아서 시 쓰는 ○’이니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또 다른 시인은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 이름을 열거하며 점수를 매기고, “술만 취하면 여자가 무슨 시를 쓰느냐”며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라고 꼬집었다.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요”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며 “문단의 페미니스트 여러분! 문단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 기록물을 ‘독립적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 글을 본 소설가인 김도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배시인의 용기에 일단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힌다”고 적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문단’이라는 곳에서는 종종 ‘시민 이하’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고 그런데도 대체로 관대하게 보호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젠 그런 곳을 문단이라고 보호해 줄 어떤 언턱거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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