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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통이야" 후임병에 초코바 180개 먹이고 성추행

등록 2017.01.16 11:34:07수정 2017.01.16 16: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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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인권위, 해병대 조사…취식 강요 확인
국방장관·해병대사령관에 권고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해병부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들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는 등 가혹행위가 자행돼온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가혹 행위는 마치 해병대의 전통처럼 행해져 피해자가 선임이 되면 가해자로 뒤바뀌곤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6~9월 접수된 2개 해병부대의 취식 강요 진정사건 3건에 대해 5개월간 해당 부대원들을 조사해 그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ㄱ부대 B(21)씨는 후임병 L(21)씨에게 "나도 선임에게 악기바리(강제로 음식을 먹게하는 행위)를 당해 살이 쪘다"며 많은 양의 음식을 먹도록 강요했다. 75㎏이던 L씨의 체중 목표를 84㎏으로 정해놓고 수시로 체중을 체크하기도 했다.

 B씨는 또 생활반에서 L씨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병기번호를 복창하도록 했고, 다른 선임의 성기를 만질 것을 강요한 뒤 이를 주저하면 욕설도 퍼부었다.

 알고 보니 B씨도 피해자였다. 하루에 많게는 PX(국방마트)에 4번 끌려가 빵, 과자, 음료수 등을 강제로 먹어야 했다. 초코바를 이틀간 180개까지 먹은 적도 있었다. B씨는 선임의 악기바리로 전입 당시 61㎏이던 체중이 81㎏까지 불어났다. 선임의 지시로 알몸 마사지를 하는가 하면 선임이 수시로 엉덩이에 성기를 대고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도 털어놨다.

 ㄴ부대 D(22)씨는 2015년 하반기부터 1년여 간 다수의 후임병들에게 파이류를 햄버거 모양으로 겹쳐 한꺼번에 10여개씩 강압적으로 먹였다. 음식물을 짧게는 수 초에서 1분 안에 먹도록 지시하고, 후임이 음식을 먹다가 흘리면 입에 밀어넣기도 했다.

 D씨 역시 "해병대에 입대해 악기바리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후임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고 여겼다.

 해병대에 대한 인권위 조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2개 부대 내 구타·가혹 행위가 확인돼 병영악습 개선을 권고했고, 2015년에도 윤일병 사망 사건 등 7개 부대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여 국방부 장관에게 재차 권고했다.

 인권위는 "거듭된 권고에 국방부는 여러 대책을 수립했다고 통보해왔지만 이번 조사에서 병영악습이 사라지지 않은 사실이 또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군 내부의 자체 개선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방연구원 등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진단을 실시할 것을 해병대 사령관에게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도 국방인권협의회·군인권교육협의회 등을 통한 군 내 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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