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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중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일상속으로!] 월가에 충격 안긴 '켄쇼'…로봇 애널리스트시대 '성큼'

등록 2017.02.08 16: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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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2국에서 패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2016.03.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강 달러 시기에 아시아 시장 수익률은?' 이 질문에 답을 내놓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10년차 시니어급 애널리스트조차 달러 강세 시기를 일일이 찾아 시장별로 구분하고 이를 통계 프로그램에 넣고 돌리는 데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반나절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로봇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홍콩 항셍 지수는 24.21%, 일본 닛케이 지수는 18.59% 떨어졌다'는 답변이 나온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정보 분석은 이미 미국에선 보편적인 일이 됐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7월 금융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켄쇼'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예컨대 켄쇼는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올렸을 때 3개월 수익률이 상승한 분야와 하락한 분야를 자동으로 탐색해 결과를 제시한다.

 브렉시트로 시장이 출렁였을 때 이후 수익률이 상승할 분야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1분 이내에 답변을 내놓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리서치의 가장 큰 장점은 정보 수집, 분석, 예측을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는 점이다. 또 인간의 감정이나 욕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근거와 논리에 의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국의 주요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켄쇼에 대해 '연봉 50만 달러(약 5억8800만원)를 받는 애널리스트가 40시간 걸릴 일을 켄쇼는 단 몇 분 만에 그것도 정확한 데이터로 결과물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街)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로봇으로 대체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켄쇼 도입 이후 애널리스트를 대거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IBK경제연구소 강맹수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인공지능을 적용했을 때 투입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며 "인공지능에 의한 투자의사 결정은 사람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고급 애널리스트의 상당수를 퇴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고임금 인력 고용이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구 교수도 "인공지능의 장점 중 하나는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훌륭한 금융전문가가 몇 달은 잘할 수 있겠지만 지칠 수 있고 몸 값이 높아지면 이직을 할 수도 있다. 반면 로봇은 꾸준히 할 수 있기에 금융산업에서 인공지능은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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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정보 분석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은 켄쇼 모델을 표방한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켄쇼 모델을 벤치마킹 해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을 통한 금융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업무 뿐만 아니라 주식과 채권, 외환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과 자산관리 영역도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을 이용해서 금융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유층에 특화한 자산운용·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은 글로벌 자산관리부문에서 재무설계사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에 IBM 왓슨을 활용해 재무설계 자문을 하고 있다.

 도쿄대 마쓰오 유타카 교수는 "금융업은 인공지능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영역"이라며 "이미 트레이딩의 세계는 기계화가 진행돼 무서울 만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10월 고려대 복잡데이터연구실과 인공지능(AI) 금융연구센터를 설립,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 기반의 AI 투자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에 기반한 펀드를 최근 내놓았다. 경제 지표, 종목 정보 등 투자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사후 결과값과 비교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서유석 사장은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는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금융연구센터에서 나온 결과물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 솔루션 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도 인공지능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하고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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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투자한 디셈버앤컴퍼니를 비롯해 파운트, 씽크풀, 퀘터백 등 스타트업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투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증권 김현 연구원은 "로봇은 철학적 사고나 통찰력이 부족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인 흐름 예측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나 로보어드바이저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작년 11월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4.0%는 로보어드바이저 이용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로봇의 추천을 신뢰할 수 없어서'가 3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비스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가 13%, '추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어'가 8.6%, '로봇이 돌발상황에 잘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7.3% 순으로 집계됐다.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의 경우엔 대출신청자에 대한 승인 여부 판단, 콜센터 업무 등에 인공지능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컨대 은행이 보유한 은행 계좌 입출금 내역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신용도 점수를 매기고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도맡게 되는 것이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계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또 인공지능 콜센터 구축을 위해 왓슨을 도입하고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을 고객 안내용으로 점포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신한카드가 간단한 고객 질문에 인공지능이 응답을 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보험사도 인공지능 콜센터 구축을 위해 국내에서 IBM 왓슨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SK C&C와 콜센터 구축 사업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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