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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모아나'의 아쉬운 성적, 인종차별 탓?

등록 2017.02.14 07:07:36수정 2017.02.14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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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모아나'(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가 지난 13일까지 누적 관객 약 227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개봉해 한 달 남짓 모은 관객 수인데 문득 '역시…'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역시…'의 뉘앙스는 '역시 잘했네"도 있지만 '역시 못 했네'도 있다. 기자의 '역시…'는 안타깝게도 후자다.

 하도 "1000만" "1000만" 하지만, 인구 5170만명인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200만 관객을 넘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겨울방학 시즌, 설 연휴까지 끼고 거둔 성적으로는 실망스럽다. 다른 것도 아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작품이 말이다.

 한때 국내 극장가에서 '슈렉'과 '쿵푸팬더' 시리즈를 내세운 드림웍스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으로 대표되는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에 밀리고 눌렸던 디즈니는 지난 2014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같은 해 1월16일 개봉한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으로 약 1030만 관객을 기록한 것.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이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해 7월9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감독 피트 닥터)은 여름방학을 발판으로 약 479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2월17일 개봉한 '주토피아'(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는 봄 방학만으로 약 477만 명을 모았다.

 2015년 1월21일 개봉한 '빅히어로'가 280만 명 넘게 들였고, '모아나'가 이제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왜 부정적인 '역시...'였을까.

 '겨울왕국'과 '모아나'의 흥행 성적 차이 때문이다.

 두 영화는 많은 점이 닮았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 게다가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능동적인 여성상인 것, '렛잇고(Let It Go)'로 대표되는 '겨울왕국'처럼 모아나는 주제곡 '하우 파 아일 고(How Far I`ll Go)'를 내세운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겨울왕국'은 1000만 명을 넘겼으나 '모아나'는 220만~230만 명대에서 막을 내릴 처지에 놓였다.

 '모아나'는 북미에서 3주 연속 흥행 1위를 거둔 여세를 몰아 디즈니 역대 애니메이션 중 '겨울왕국' '주토피아'에 이어 당당히 흥행 성적 3위에 오른 영화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개봉 첫 주에는 약 한 주 앞선 지난달 4일 개봉한 재패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같은 달 18일 조인성·정우성의 '더 킹'(감독 한재림), 현빈·유해진의 '공조'(감독 김성훈) 등 한국 영화 기대작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하자 이내 3~4위로 밀렸다.

 이달 들어 9일 지창욱·심은경·오정세의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 빈 디젤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트리플엑스 리턴즈'(감독 D.J. 카루소)까지 가세하면서 한 번도 1위를 밟아보지 못 한 채 퇴장을 준비하게 됐다.

 왜일까. 두 영화에는 확실한 차이점이 있다.

 시기적 배경이 여름('모아나')과 겨울('겨울왕국')이냐고. '모아나'의 시기적 배경이 꼭 여름은 아니나 일 년 내내 여름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니 틀린 말도 아니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진짜 차이점은 바로 주인공들의 피부색이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백인, '모아나'의 타이틀롤 '모아나'와 반신반인 '마우이'는 하와이안, 즉 황인이다.

 여기서 문제가 출발한다.

 기자는 '모아나'가 국내에서 개봉할 때 사실상 예언했다. '잘 안 될 것이다.' 그 근거는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 한 것으로 1995년 '포카혼타스'(감독 마이크 가브리엘, 에릭 골드버그), 1998년 '뮬란'(감독 토니 밴크로프트, 베리 쿡) 등을 꼽을 수 있다. 각각 인디언 여인과 중국 여인이 타이틀롤이었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인은 "백인은 추앙하지만, 흑인은 깔본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인디언, 하와이안, 중국인, 인디안, 동남아인 등 같은 황인까지 얕본다"는 얘기도 있다. 다소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편견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기자의 섣부른 판단이 부디 다음에 국내에서 개봉할 유색인종 캐릭터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 작품에서는 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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