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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도 '한국의 화이자'를 키워보자

류난영 기자  |  tiaozha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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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2-15 13:42:47  |  수정 2017-02-15 13: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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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녹십자는 한때 일동제약의 지분 29.36%를 확보, 2대 주주였던 적이 있다.

당시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사외이사로 녹십자측 인사를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녹십자의 이 요구에는 양사의 운명을 둘러싼 여러가지 포석과 비전이 담겨 있었다. 이 요구는 하지만 '녹십자의 일동제약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만 해석됐다.

일동제약 경영진 및 주주들이 강하게 반대,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녹십자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 당시를 되짚어 보면 백신과 혈액제제에 경쟁력을 가진 녹십자와 일반·전문의약품에 강점을 가진 일동제약의 결합이라는 꽤 이상적인 M&A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일본은?

글로벌 3위의 제약강국으로 올라선 일본 역시 1990년대 후반 이전까지는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등살에 치이는 형편이었다.

일본 제약사들이 처량한 신세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가 적극적인 인수합병. 2005년 후지와 야마노우치제약이 인수합병을 통해 아스텔라스제약으로 탄생했고 제약업계의 외형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일본이 불과 20년이 안돼 대단한 위상을 확보한 것에는 이같은 노력과 공감대가 숨어있었다.

글로벌 제약시장의 최고 실력자인 화이자도 인수합병으로 탄생했다.

미국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09년. 와이어스는 페렴구균백신 프리베나, 항생제 자이복스와 같은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이 제품은 현재 화이자의 대표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업계 1위라는 명성은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이자는 이 거래를 위해 총 680억 달러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 보자.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9조여원. 전세계 제약시장 규모 1000조원과 비교하면 2%가 채 안된다. 반면 좁아터진 시장을 놓고 의약품 제조업체만 851곳이 활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난립이다.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만 307곳이며, 이 가운데 연매출 100억원 미만인 곳이 148곳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중견 제약사는 38곳 뿐이다. 이들 38개 제약사가 전체 국내 제약 시장 규모의 70~80%를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제약사들은 리베이트에 의존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약을 대신 판매해 수수료를 챙기는 '상품 매출'로 연명한다.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식 통폐합 시도'가 필요하지만 걸림돌도 많다.

상당수 제약사의 경영권은 오너 2세, 3세로 대물림 과정에 있다.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인수합병을 위한 담백한 계산법이 나오기 어렵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국내 형편상 인수합병의 시너지도 의문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점은 분명한데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


민간의 힘으로 헝크러진 시장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정부 통제력이 개입할 타이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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