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출판문화산업 진흥 ③]'책읽는 문화' 기반 자생력 강화

등록 2017.02.16 14:01: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책들. 2017.02.16.(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책들. 2017.02.16.(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16일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은 출판계의 위기뿐 아니라 한국의 '책 읽는 문화' 기반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스마트 미디어가 기반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으로 종이책을 기반으로 하는 출판이 사양사업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또 저성장과 저출산 등으로 인한 독서 인구까지 감소하면서 그동안 문화 근간으로 여겨진 출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판계 현황과 위기

 출판 콘텐츠는 영화, 웹툰, 게임 등 문화콘텐츠의 원천으로 통한다 건 대다수가 동의한다. 하지만 겉 보기와 달리 실질적인 대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출판산업 예산은 게임, 영화, 방송 등 타 콘텐츠산업에 비해 지원이 미흡하다. 올해 예산규모를 따져보면 게임 641억 원, 영화 656억 원, 콘텐츠기업 육성 637억 원인데 반해 출판은 불과 367억원이다.

 출판 산업 규모는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2015년기준 4조 300억원으로, 전년 4조 2300억 대비 4.8% 감소했다. 2012년 4조 2400억원과 비교하면 5.2%가 감소한 숫자다.  

 그럼에도 출판산업은 아직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타 산업과 유사한 예산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유일한 출판재단 기금도 최근 출판계 위기 직격탄이 된, 송인서적 부도 사태 이후 지원금 약 50억원이 소진된 상태다.  

 동시에 저출산, 독서인구 감소 등 여건 변화를 고려한 혁신적인 진흥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 13세 이상 독서인구율은 통계청 조사 결과, 2013년 62.4%에서 2015년 56.2%로 6.2% 감소했다.

【서울=뉴시스】가계 도서구입비 변화. 2017.02.16.(사진=문체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가계 도서구입비 변화. 2017.02.16.(사진=문체부 제공) [email protected]

 스마트 기기 보급의 확산과 문화콘텐츠 소비 다양화에 따른 월별 가계 도서구입비 역시 2003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36% 감소, 2015년에는 매달 불과 1만4046원을 도서 구입하는데 썼다.

 문체부는 출판계 권리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과 조세관련법 등 기타 법령 개정 협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적인 녹음·녹화 또는 복사를 위해 사용되는 기기 또는 이를 위해 사용되는 공CD, 복사용지 등의 매체에 일정한 부과금을 책정해 저작(인접)권자에게 보상하는 '사적복제보상금제도', 공공도서관의 무료 대출로 인하여 경제적 손실을 입는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공대출권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서 제작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조세특례제한법령), 도서구입비에 대한 특별세액공제(또는 소득공제) 도입(소득세법) 등도 검토 중이다.

 ◇영세한 구조가 문제

 출판계 위기의 핵심은 출판사, 서점사 등의 영세한 구조다. 아직 산업화가 덜 됐다는 얘기다. 불투명한 유통구조 및 어음위주의 거래관행에 따른 경영악화가 가장 큰 우려다.

 출판사 종사자 규모(2015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1~4명 64.4%, 5~9명 18.0%, 10~49명 13.0%이고, 50~99명과 100명 이상은 1.9%과 2.8%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송인서적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송인서적 홈페이지 캡처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 등이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 등이 활발하다. 영화계도 진통을 겪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구축된 이후, 전국 극장의 관객수가 실시간으로 집계되면서 급격하게 산업이 됐다. 공연계 역시 수년 동안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현재 지역서점의 통합판매정보시스템(POS·point of sales)이 구축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각 서점의 도서판매정보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점은 전국 1500개 중 200개에 불과, 투명한 거래정보 확립에는 미흡하다. 서점이 참여를 꺼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매출을 공개조면 영세한 구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권도연 문체부 출판인쇄사업과 과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POS 관련 예산이 3억원이 배정돼 있다"며 "서점 100곳을 더 참여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동시에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현재 POS를 비롯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서지정보시스템 오닉스(ONIX·모든 출판사가 도서 관련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제형식) 기반 출판유통정보시스템 등으로 분산 추진되고 있는 생산·유통 시스템의 연계·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출판사, 서점 등이 POS에 접속하면 도서의 유통단계별 판매 정보, 분야별 베스트셀러, 기타 판매동향 등의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 기관·단체 및 대표 출판사·유통사, 학계, 출판관련 연구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상반기 중 '출판정보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판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도매상 한 곳에 유통을 일원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송인서적 부도 사태 역시 이러한 탓에 중소규모 서점의 피해가 컸다. 대금결제가 상당부분 소위 '문방구 어음'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장인형(도서출판 틔움 대표)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대표자 회의 단장이 송인서적 부도 원인에 대한 실사 보고를 하고 있다. 2017.02.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장인형(도서출판 틔움 대표)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대표자 회의 단장이 송인서적 부도 원인에 대한 실사 보고를 하고 있다. 2017.02.07.  [email protected]

 문체부는 과도한 어음거래, 불합리한 위탁판매 관행 등이 지목되고 있어 관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논의를 진행한다.  

 동시에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재검토기한이 도래(오는 11월20일)함에 따라,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관계법령을 보완·개정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나간다. 일부에서는 이번 송인서적 부도의 원인으로 한편에서는 구간 할인 등의 뜨거운 감자를 여전히 갖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지목하기도 했다. 출판사, 서점 등 이해 관계에 따라 입장 차이가 커 상당 기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진흥 실현 위해서는 공감대 필요  

 문체부가 이번 진흥 계획을 통해 목표하는 바는 결국 출판생태계의 자생력 강화다. 지난해 연매출액이 약 3조9500억원이었는데 2021년까지 약 4조37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10종 이상을 발행하는 출판사가 작년에는 약 1333개사였는데 2021년까지 약 2000개사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문체부는 무엇보다 이날 출판을 콘텐츠산업의 핵심으로써 인식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우성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책은 정보와 지식, 지혜와 감성을 담는 우리 문화의 원천이며, 책과 독서문화를 아우르는 출판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적 총체"라며 "문화산업의 특성은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라고 할 수 있으며, '원 소스(One Source)의 중심은 바로 '출판'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1910년 발표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등으로 각색돼 6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리포터'는 도서, 영화, 게임, 뮤지컬, 테마파크 등으로 약 308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서울=뉴시스】'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목표. 2017.02.16.(사진=문체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목표. 2017.02.16.(사진=문체부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국내에서 출판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일부의 인식을 극복하고, 출판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한 범정부·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출판협회의 독서실태 조사 결과(2014), 응답자의 95%는 책은 지식의 필수적인원천이라고 생각하고, 85%는 책을 소유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프랑스 출판정책 연구, 2014)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문체부는 "출판(산업) 인식에 대한 기초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출판이 갖는 의미와 출판(산업)의 중요성 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급력이 큰 방송매체 활용을 통해 책의 가치를 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예술·문화 정책과 연계한 독서 활성화 사업 전개하겠다"고 부연했다.  

 송인서적 부도 사태 등으로 출판계가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런 점 등을 토대로 기획재정부 등 타부처와 협업 등을 통해 출판 관련 예산도 확충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우성 실장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출판 환경이 변한다는 인식을 갖고 오랜 준비를 해왔다"며 "비효율적인 유통 개선, 예산 지원, 부처 간 협력 등을 통해 실효성과 효율성이 담긴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