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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의 덫]확산되는 '불황형 흑자'…성장동력 훼손 우려

등록 2017.02.22 06:30:00수정 2017.02.28 08: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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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후 특검조사를 이틀째 받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사기(社旗)가 펄럭이고 있다. 2017.02.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후 특검조사를 이틀째 받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사기(社旗)가  펄럭이고 있다. 20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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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중 75개사 작년 매출 1.7% 증가 불구 영업익 12.4% 늘어
매출 '제자리걸음' 속 구조조정 등 통한 영업익만 상승 효과
'제살 깍아 먹기'식으로 고용창출 없고 성장동력 훼손…"대책 시급"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이른바 '불황형 흑자'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즉 매출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만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어 경제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확대 등을 통한 매출 증대 없이 이뤄지는 이익 증가는 대부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뤄지는 '제살 깍아 먹기'식 현상으로 고용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최순실 게이트 파장 등에 따라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이같이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중 75개 기업의 매출은 1344조1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1조1037억원으로 12.4% 증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여전히 성장없는 불황형 흑자구조를 탈피하자 못했다고 분석한다. 매출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실제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증가한 기업은 삼성전자, 네이버, LG생활건강, 롯데케미칼, 아모레G, 고려아연, 우리은행,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44개 기업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매출은 감소한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 8개 업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8개 업체에 불과하지만 불황형 흑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 수는 더욱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01조866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9조24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대비 0.60%, 영업이익은 10.70% 증가했다. 다만 호황을 맞은 메모리반도체 덕으로 불황형 흑자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11조7319억원, 영업이익은 1조1208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매출은 1.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6.9%를 기록했다.

 이들 업체들은 매출 증가율 대비 영업이익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이 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12.2%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매출이 15%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조641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포스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효성 등 매출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기업이다.

 문제는 불황형 흑자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투자와 성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 얻은 결과라는 점이다.

 삼성 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삼성그룹 22개 계열사 직원들은 21만 2496명으로 전년대비 9515명이 감소했다. 이중 지난해 상시희망퇴직을 실시한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5개 계열사에서 감소한 직원 수는 572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공업 분야에서의 인력 감축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에서 감축된 인력은 6000여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투자는 늘리는 반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차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원들이 자신의 급여 10%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포스코도 현대차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해 투자는 확대하면서도 임원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며 긴축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적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불황형 흑자가 보인다는 것은 불황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먹을 것을 늘려 호황형 흑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확보 등이 추진되고 있다"며 "기업의 수익성이 단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용 시장도 얼어붙은 수준이다. 2월말까지 10대 그룹중에서는 SK그룹만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2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 삼성을 비롯해 롯데, LG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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